검찰의 창이냐, 신동빈의 방패냐
검찰의 창이냐, 신동빈의 방패냐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6.28 15: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일 롯데그룹 압수수색 이후 18일째를 맞은 지금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지, 본격적인 재벌 개혁을 촉발시킬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지키는데 성공한 신동빈 회장이 이번 주말에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이 어디까지 칼날을 겨눌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을 포함해 롯데 관련 기업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 = 뉴시스>

서서히 조여가는 검찰

검찰은 신 회장의 측근부터 먼저 소환조사하고 있다. 지난 14일 롯데 정책본부 비서실 소속인 이일민 전무, 류제돈 전무 등을 소환했고, 최근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이봉철 부사장,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 등도 조사했다.

이일민 전무는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류제돈 전무는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을 관리해왔다. 두 사람은 신격호 부자(父子)의 자금 관리인들이다.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는 롯데의 재무와 법무를 총괄하던 전직 정책본부 지원실장이었고 이봉철 부사장은 현재 지원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는 이들이다.

롯데 수사에서 단연 주목받는 것은 롯데그룹의 최고 수뇌부인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 소진 세 사장 등 '정책본부 3인방'의 검찰 소환 여부다. 3인방이 소환 조사를 받을 경우 신 회장의 소환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되고 있다. 

3인방은 이인원 정책본부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을 말한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2인자이며 황 사장은 롯데그룹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소진세 사장은 이 부회장의 측근이며 1977년 롯데쇼핑에 들어와 40년 간 유통 분야에서 일해왔다. 롯데그룹의 대관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 뉴시스>

롯데 수사 향후 전망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은 이번 주말 귀국한다. 업계에서는 경영권을 장악한 신 회장이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의 칼날 앞에 숨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경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의 상장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혁 작업에 나서면서 여론의 지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립선염증과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브렉시트로 인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신 회장에게 긍정적 신호다. 롯데그룹 수사가 장기화돼 경영 불안이 생기는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봉합하고 신 회장이 경영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대우조선해양처럼 국민세금이 들어 간 기업이 아니며 국가 기간산업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아니라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이번 주말 귀국할 예정임을 분명히 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신 전 부회장 측의 공세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이번 주말 귀국할 예정”이라며 “(신 전 부회장 측이 무한주총 공세를 할 경우)가처분 소송 같은 것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인사들의 검찰 수사를 보는 시선도 냉담하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기업을 국민정서에 맞춰 털어내기식 수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롯데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악화된 부산 민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기원했던 부산 민심으로는 롯데의 광복동 롯데타운 건설을 추진에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롯데그룹 수뇌부를 압박할 것이란 예측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3인방 중 한 명인 황각규 사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이 대규모로 롯데그룹을 수사한 만큼 ‘용두사미’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롯데그룹 수뇌부를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수사 마감 시점은 9월 14일이 될 듯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마감 시점으로 추석 연휴 전(9월 14일 이전)을 보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아직 결정적인 수사 결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신 회장을 소환하고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불안한 경제에 대한 대중의 우려로 검찰의 수사 동력이 꺾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재벌 개혁에 대한 논의도 개헌에 밀려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되거나 재벌 개혁 방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뀔수 있다.

최승노 부원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이 순리인데 우리 재벌정책은 큰 기업을 벌주는 식이라서 해롭고 부작용이 크다”라며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을 정부가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거두고 시장에서 선택된 기업을 벌주는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경제살리기”라고 강조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