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MK<2탄>, '자동차 전문기업 육성 포기?'
비정한 MK<2탄>, '자동차 전문기업 육성 포기?'
  • 김영덕
  • 승인 2010.11.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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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현대차 평가’ 냉혹하게 받아들여야‥‘일본차 3사 부활의 날갯짓’

현대건설을 놓고 벌이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의 피 말리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그룹으로써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를 져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안에 드는 자동차그룹을 만들겠다고 한 공언이 ‘공염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들어 현대차그룹이 괄목할만한 실적과 품질 향상을 이루어냈지만 아직까지는 세계시장에서 부족하다는 것.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목소리다.

 

 

세계 5위 자동차그룹 공언‥‘공염불 될 가능성, 시장 목소리 귀를 기울여야’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다임러 벤츠그룹의 바랏 바라수브라마니안 연구개발 총괄(부사장)은 “현대차는 따라 하기보다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린바 있다.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벤츠 본사에서 가진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혁신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대차가 과거보다 많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질적 성장을 주문했다.

 

이는 아직까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또한 내년 7월 1일부터 값이 싸진 유럽 명차들이 국내 시장에 봇물 터지듯이 들어올 예정이다.

 

내수시장을 80%정도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써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내에 현대엠코라는 건설사가 있는 데, 굳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MK, 줄곧 '현대건설 인수 부인'‥ 갑자기 180도 태도 바꿔

 

그간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건설 M&A가 제기될 때마다 현대건설 인수를 부인해 왔다.

 

2005년 윤주익 당시 엠코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으며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2006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는 메리트가 적고 대북사업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밝혀 스스로 사업연관성을 통한 시너지가 없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2008년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은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은 올 7월 노조가 인수설 참여 여부에 대해 묻자 “사실무근이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신도 “현대건설을 인수할거면 엠코를 왜 설립했겠느냐”며 현대건설에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줄곧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전혀 제고한 바 없다며 인수전 참여를 적극 부인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무관심했던 표면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현대엠코라는 건설 계열사를 갖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전문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 9월 1일 현대그룹에서 공식적으로 계열 분리되던 첫 날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계 5위권에 드는 자동차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이 후 정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대차그룹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계열분리 10년 만에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는 이제 업계 1위 도요타를 뛰어넘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재패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런데 정 회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범 현대가의 암묵적 지원에 힘입어 ‘적통성’을 되찾고 ‘경제논리에 의한 시너지창출 효과’라는 모토를 들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다.

 

전문가들, “현대차 내실부터 기해야”‥세계시장 아직 넘어야 산이 많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당면해 있는 현안부터 해결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이지경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주요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첫째, 미래형 자동차인 친환경자동차 개발 등 R&D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2040년경이면 친환경 자동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많아진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친환경차 수준은 선진국 대비 76% 수준으로 이미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장악한 도요타와 전기차를 판매중인 닛산, 미쓰비시, GM에 비교해 한참 뒤처져 있다. 아직 전기차 양산도 시작하지 않은 현대차로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2008년 기준 현대차의 R&D 투자액은 12억 1천만 파운드로 도요타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대차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R&D 투자 규모)는 2.75%로 선발기업들은 물론 후발기업인 혼다(4.90%), 닛산(4.23%)보다 낮아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가용현금은 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해외 20여 곳의 현지공장 투자와 계열사인 현대제철 제2고로 추가 설치 등 막대한 설비투자를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보유현금의 절반을 쓴다면 자동차 분야 경쟁력 강화는 요원해진다는 분석이다.

 

둘째 해외 현지공장 정상화가 우선이다. 연간 생산 30만대 생산능력의 자동차 조립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70% 이상 가동율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현대차 58.8%, 기아차 46.6%에 불과해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러시아 공장 준공(5천억원), 브라질 공장 착공(7천 1백억원), 중국 제3공장(9천 4백억원) 착공 등 지난 1997년 이후 해외공장설립에 약 8조원을 투자해왔다. 지난 8년간 매년 경상이익이 약 2조원라고 가정할 때, 벌어들인 돈의 절반가량을 해외공장 건설에 투자한 꼴이다.

 

셋째 잇따른 리콜사태 대비가 중요하다. 무모하게 추진되는 해외생산 확대전략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대차의 해외생산 확대는 세계 1위 달리던 도요타 그룹의 전처를 밟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생산 확대는 원가 절감과 시장 확대라는 이점이 있지만 품질 저하와 양적 팽창에 따른 과잉 공급라는 단점이 따라온다. 최근 몇 년 전 만에도 도요타그룹은 세계 1위였지만 현재 ‘저질 품질 도요타’라는 오명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대의 리콜차량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모를 겪고 있다.

 

올 초 있었던 도요타 리콜 사태의 주원인은 무리한 글로벌 확장 정책으로 인한 품질 관리 소홀 때문이다. 생산공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현지 부품 협력업체들의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년간 도요타 모방전략을 채택해 해외확장 전략을 펼쳐온 현대차그룹도 리콜로 비상이 걸려있다. 올해 도어 결함으로 K5 7천대, 배선용접 불량으로 쏘울?쏘렌토? 모하비?K7 1만 8천대(국내), 3만 5천대(미국)를 리콜 했다.

 

기아차의 전체 해외 리콜 규모는 8만~9만대로 추산된다. 이에 정 회장은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을 경질시키기도 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미국에서 소나타의 조향장치 결함이 발견되어 14만대의 리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도요타의 글로벌 리콜사태 대응 비용은 3조~5조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넷째 국내외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내수 점유율은 45.23%로 지난해 동기의 50.5%에 비해 6개월 새 5%이상 곤두박질쳤다. 반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8%를 넘었고 한·EU FTA체결로 벤츠, BMW, 아우디의 수입량은 급증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중고차 교체 보상제도는 이미 폐지되었거나 폐지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었던 현대차의 세계시장 판매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까다로운 환경규제인 ‘유로5’에 부합하지 못하는 차는 내년부터 유럽 내 판매가 전면 금지되지만 현대차의 경유차종 중 이 규제를 완전 충족하는 모델은 투싼ix와 스포티지R 등 2종에 불과하다.

 

미국의 6,000천억 달러의 양적완화 조치로 전 세계가 본격적인 환율 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의 연매출이 1200억원 줄어들 정도로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작년 평균 1277원의 환율이 올해 하반기에는 1070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율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다섯째 일본의 자동차3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도요타의 1000만대 대량 리콜사태, 15년 이래 최고 수준의 엔고(高) 등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까지 발표된 일본 자동차 '빅3(도요타·혼다·닛산)'의 2010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일본은 3월 결산) 실적에 따르면, 도요타의 매출은 9조6784억엔(약 132조8622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엔 1369억엔(약 1조8793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엔 3231억엔(약 4조43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 3사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받던 닛산도 기존 이미지를 깼다. 매출신장률이 28%로 3사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영업이익도 3349억엔(약 4조5974억원)으로 전년보다 253%나 증가했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4~9월 본사 기준 영업이익이 2조459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 업체는 내수에서 적자를 보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이를 만회했고, 유례가 드문 엔고 속에서 거둔 실적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이익을 올렸고 고환율의 혜택을 누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차회사들과 상당한 비교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는 자동차그룹으로써 연구개발에 확대할 것이고 일각에서 우려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도요타의 전처를 밟지 않을 것이다”며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분명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종합글로벌 그룹으로써 재탄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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