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자 잡으려다 소비자 잡을라
보험범죄자 잡으려다 소비자 잡을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7.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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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보험연수원이 보험조사 전문가 양성을 위해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제도’를 도입했지만 이에 대해 한국손해사정사회(손해사정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손해사정사회가 보험조사분석사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보험조사분석사의 업무와 손해사정사의 업무가 중복되며 일부 질 낮은 보험조사분석사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보험조사분석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제도 운영을 반대하고 있는 손해사정사들은 일부 보험조사분석사들이 손해액 산정을 잘못하거나 보험사만 이익을 보도록 행동할 경우 보험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보험조사분석사는 어떤 자격인가 = 보험조사분석사는 급증하고 있는 보험관련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자격이다. 보험사기 등 보험관련 범죄 때문에 보험금이 새고 있으며 이것은 보험소비자와 보험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연간 보험금 누수액 추정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 대략 7만원이며 가구당 20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는 보험범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조사 이론 및 실무 표준도 충분하지 않고 보험조사인력 양성제도도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보험조사분석사라는 자격이 탄생했지만 손해사정사회는 △ 손해사정사와의 업무 중복 △ 자격기본법 위반 △ 일부 부실한 보험조사분석사들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 등을 지적하며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제도 시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보험조사분석사와 손해사정사 = 보험조사분석사와 손해사정사의 업무 내용 중에는 실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를 보면 보험조사분석사 직무내용이 ‘보험조사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험 인수심사, 손해액 산정,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의 조사, 분석 및 보험범죄의 적발, 예방 업무를 담당함’이라고 돼 있다.

손해사정사회에서 보험조사분석사의 직무내용과 겹친다고 주장하는 손해사정사의 직무내용은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작성·제출의 대행,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의 진술이다.

손해사정사회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민간자격으로 등록된 보험조사분석사의 직무 내용 중 ‘손해액 산정,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의 조사, 분석 업무’는 손해사정사의 업무와 같다”고 주장했다.

◇ 보험조사분석사와 보험연수원 =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시험을 관장하고 있는 기관은 보험연수원이다. 보험연수원은 지난 1994년 생명보험협회, 대한손해보험협회, 총 42개 생보 및 손보사가 보험전문교육을 위해 세웠다.

본래 보험연수원의 주력사업은 보험설계사 의무교육이다. 만일 보험설계사 의무교육이 각 보험사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형태로 바뀔 경우 보험연수원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미 각 보험사들이 자체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보험연수원이 교육 커리큘럼 발전에 좀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연수원의 보험설계사 대상 의무교육에 대해 “원론적인 교육이 많다보니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권 인사들은 보험연수원 측이 보험조사분석사 같은 자격을 신설해 새로운 사업분야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수원은 보험조사분석사 시험을 관리하면서 보험조사분석사 교재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 보험조사분석사는 보험사 위한 자격증? = 보험조사분석사 제도 중단을 요구하는 손해사정사들은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사 고용의무 규정 및 보조인 제한규정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금융위에 로비를 해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을 등록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제185조)은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를 고용하거나 손해사정업자를 선임해 손해액과 보험금 사정을 담당(위탁)하게 하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사 자격증에 비해 자격증 취득이 쉬워서 앞으로 대거 공급될 보험조사분석사들을 고용하면 보다 낮은 비용을 들여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융권에서 이런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보험사 및 보험사에게서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은 손해사정업체들이 손해사정사 고용의무 규정과 보조인 제한규정을 폐지할 것을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제도 운영을 반대하고 있는 손해사정사들은 일부 보험조사분석사들이 손해액 산정을 잘못하거나 보험사만 이익을 보도록 행동할 경우 보험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보험연수원 측 입장 = 보험연수원 측은 손해사정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에 대해)금융위에서 문의가 들어와서 관련 법률자문을 받았는데 전혀 다른 제도라고 했다”며 “두 자격은 배우는 교과목도 다르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부서도 다르며 법에 어긋난다고 하면 금융위에서 등록을 안 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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