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켓몬 고(GO) 비켜! 토종 모바일게임 나가신다!”
[기자수첩] “포켓몬 고(GO) 비켜! 토종 모바일게임 나가신다!”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7.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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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낯가죽 두꺼운 소리 좀 그만하자…
▲ 임태균 기자

[이지경제] 임태균 기자 = ‘한국형 오버워치’ ‘한국형 롤’ 그리고 ‘한국형 포켓몬 고(GO)’. 낯간지럽고 염치없는 말이다.

최근 오버워치의 흥행 속에서 한국게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부끄럽다.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게이머들이 한국게임을 외면하는 것은, 언론이 한국 게임업계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게임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분석이 필요했고, 사행성 논란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했으며, 표절논란이 있었을 때 최소한 ‘아류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표절게임을 ‘장르적 발전’이라고 포장하기에 급급했고,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게임업체 길들이기’라고 몰아붙이기 바빴다. 결과는? 이제 게이머들의 분노를 외면하는 일에 익숙한 것은 게임업계나 관련 언론이나 매 한가지다.

정부당국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당시 축사에서 “콩쥐팥쥐, 춘향전 등 고전을 소재로 만들어낸 모바일 게임은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거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우리 고전을 알리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좋게 포장하면 게임의 문화전파력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을 선동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게임의 가장 큰 본질은 재미를 통한 게이머의 니즈 충족이다. 정부지원금을 미끼로 게임에 역할을 요구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창조경제인가?

박 대통령은 “어쨌든 우리 목표는 게임산업은 우리가 아주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든 키워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접근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어떤 뜻인지 모르겠고 ‘분명한 목표’가 무엇인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쭉 알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발 게임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할 것을 바랄 뿐이다.

▲ 지난 12일 밝힌 넥슨 본사의 공식입장. 검찰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사진 = 넥슨 본사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게임 논란의 시발점인 넥슨(ネクソン)의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 '주식 대박'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11일 2조8000억 규모의 배임·횡령·탈세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정주 회장은 2005년 당시 가치가 1조560여억원에 달하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0억원에 넘기며 당시 모회사 넥슨홀딩스에 1조520여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배임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1270여억원의 횡령혐의와 NXC 벨기에 법인을 통한 7990여억원의 배임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수사와 관련해 넥슨 본사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당사는 향후 수사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자세한 내용을 확인 중이고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수사가 넥슨에 대한 기업사정으로 번져가는 것과는 별개로, 넥슨이 최근 출시한 서든어택2는 이제까지 대표 모델로 노출시켰던 여자 캐릭터 ‘미야’와 ‘김지윤’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선정성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켓몬 고(GO)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코스닥 상장기업 A사의 홍보부 차장은 “포켓몬 고(GO) 저리 비켜! 토종 모바일게임 나가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몇몇의 기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기자의 의견이 덧붙여져야 하지 않을까?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 중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 사실은 의도적으로 낚시성 제목을 달았다. 미안하다. 나는 사실 한국 게임업계의 가능성을 믿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죽 쒔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란 법은 없다. 그러나 오늘 난 도라도로 떠난다.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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