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입원 본인부담료 슬그머니 인상
건강보험 입원 본인부담료 슬그머니 인상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7.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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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기존 20%에서 최대 30%로…"17조 잉여금 불구 올려야 했나"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기존의 20%에서 최대 30%로 인상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적용했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민감한 입원비 인상을 충분히 사전홍보하지 않아 반발을 우려한 꼼수라는 지적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입원료 인상과 관련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를 채 밑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입원비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낮추고 보장률을 높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보장률을 낮추면서 입원비 부담을 국민에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뉴시스>

지난해 12월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변경했다. 바로 다음달인 1월부터는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률을 6.07%에서 6.12%로,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건보료 부과 점수당 금액을 178원에서 179.6원으로 인상했다. 건강보험재정 부담은 건강보험서비스 이용자(국민)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는 정부의 입장이다.

또한 이달 1일부터는 전체 입원료의 20%였던 본인 부담률을 입원한 지 16일부터 30일까지는 25%, 31일 이후에는 30%로 올렸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이겠다는 것이 인상의 이유다.

문제는 앞서 시행령 변경 당시의 시민단체들의 반발 때문인지, 적용을 앞두고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들은 1일부터 새로 적용된 입원비 인상에 대해 환자들에게 안내를 시작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변경해 입원비 부담률을 인상한 것은 국민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하며 “장기입원환자의 부담을 정부가 키우는 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공단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관계자는 “입원비 부담률 인상은 지난해 시행령 변경을 통해 국민적인 여론이 조성될 정도로 이미 알려진 상황”이라며 “당시 이미 널리 알려진 변경내용을 다시 홍보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건보공단은 입원비 부담률 인상과 관련한 홍보를 하지 않았다. 실직적 입원료 인상대상자인 장기 입원환자들에 대한 안내와 사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병원들이 자발적인 안내를 진행했을 뿐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자 부담률인상이 공단 지급률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책이나 부담률 결정 부분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의 소관이고 그런 내용의 홍보와 관련해서도 공단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연초에 한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한 외에는 변경시점인 이달 초 까지도 해당 사항을 알리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시행령 발의를 주도한 정부부처의 사후 조치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건보공단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또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아직도 건보료 입원비 부담금 인상과 관련한 보도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담당자는 “지난해 2월 입법예고 이후 다수의 보도가 있었다”라며 “대국민적 홍보가 이미 됐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내 타 부서 관계자에게 입원비 부담률 인상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무엇이 어떻게 올랐다는 거냐”라며 반문했다. 복지부가 인지했던 대국민적 홍보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직접 방문했던 서울시내 4개 병원에서도 모두 해당 내용을 병원측이 안내할 뿐 복지부나 건보공단의 홍보 지시는 없었다. 서초구의 한 병원 사무장은 “어떻게 알리라는 말은 없었고 인상에 대해 설명은 해야겠다 싶어서 출력해서 벽에 붙여놓기로 했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반발이 두려워서 말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서 홍보하지 않았다는 입장과 달리 “입원비 부담률 인상이 대형병원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라는 의견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중소 병원의 경우 대부분 수술 후 입원치료와 요양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기입원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입원비의 환자 부담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장기입원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장기 입원비 부담률 인상으로 인해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의 병상 회전률은 높아질 것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입원과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밀려있다. 환자들의 입원 기간이 줄어들게 되니 대형병원은 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어 수익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건보공단이 건전한 재정상태에도 입원비 부담률 인상을 단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NABO)의 2015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를 보면 건보공단의 지난해 말 잉여금은 17조원 규모에 달했다. 2010년 9천500억원 가량이던 데서 불과 5년 만에 16조원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12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를 채 밑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입원비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낮추고 보장률을 높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보장률을 낮추면서 입원비 부담을 국민에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강보험의 누적된 재정흑자를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고 입원비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낮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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