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업은행, 대우건설에 낙하산 반복 안된다
[데스크칼럼] 산업은행, 대우건설에 낙하산 반복 안된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7.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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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참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으면서 부실관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한상오 부국장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18일 20억원대 배임수재와 5억원대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남상태 전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남 전 사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재임기간 동안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0년 대우조선이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3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로부터 청탁을 받고 5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더해졌다.

검찰은 앞서 남 전 사장의 후임으로 2012~2015년 CEO로 재직한 고재호 전 사장도 구속했다. 고 전 사장은 개인비리보다는 대우조선 부실의 근본적 원인인 회계사기에 집중돼 있다. 그는 5조7000억원대의 회계사기에 개입하고, 임직원들에게 4900억여원의 성과급을 부당 지급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뿐만 아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비자금 통로로 지목된 유명 건축가 이창하 씨와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회장 등도 구속하면서 이른바 핵심 4인방 모두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앞으로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파헤칠지 미지수지만 수사를 할수록 산업은행의 관리체계 부실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이렇게 여론의 질타를 받는 주원인은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 5조원 규모의 초대형 분식회계와 횡령사건이 벌어진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네 차례 CEO가 바뀌면서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인수위원 출신으로 IBK산업은행 회장과 산업은행장을 거쳐 AIIB부총재를 맏았던 홍기택 씨의 경우도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 꼽힌다. 홍씨는 당초 자신이 “낙하산 인사가 맞고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지원 책임 논란이 일자 그 책임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3인에게 떠넘겼다. 당시 산업은행장이던 자신은 ‘들러리’였고 4조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윗선’이라고 폭로했다. 이후 AIIB에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면서 국민의 혈세 37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의 분담금을 내면서 지켰던 부총재 자리까지 날려버렸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대우건설에서 또 다시 재현될 우려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설마 했던 특정인사 내정설이 현실화 되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추대위원회는 지난 13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최종후보 2인으로 압축했다. 이어 20일 이사회에서 최종 낙점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조는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성명을 내고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민간 기업의 사장 인선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사장 후보인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사장 후보 2명 중 한 명인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정치권이 낙점한 낙하산 인사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두 후보에 대해 애초 21일 사업계획 등을 포함한 프레젠테이션과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를 정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앞당긴 20일에 사추위 회의와 이사회를 동시에 열고 곧바로 신임 사장을 선임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특정후보를 위해 일정까지 변경하면서 서둘렀다’는 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추위가 보여준 애매모호한 태도가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사추위는 지난 5월말 사장후보로 현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현 대우건설 전무를 결정하고 6월10일 이들 2명에 대해 최종면접을 실시해 최종후보자 1인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사추위는 면접 당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장후보 선임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6월24일 사추위는 “외부 인사를 포함해 다시 사장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건설 사장은 ‘현직 전무급 이상 임원’에서 내부 선발해 왔던 전례를 깨고 외부인사를 포함해 재공모에 나선 것이다. 재공모 절차에는 신청자가 20명 넘게 몰렸고, 사추위는 후보를 5인으로 추린 후 다시 2명으로 압축한 것이다.

문제는 13일 사추위 회의 과정에서 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이지 않는 세역’이 특정후보 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대우건설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 2명이 퇴장하면서 남은 3명이 최종 2명 후보를 선정했다고 한다”며 “사추위가 의결기구도 아니면서 과반 찬성으로 후보를 선정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위원이 퇴장했으면 회의가 무산되어야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발표된 일정에 따르면 대우건설 새 사령탑은 20일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후보가 선정되든지 경영 정상화의 길은 험난할 것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비금융 자회사인 대우건설이 하루빨리 정상화 되어 민간에 매각되어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산업은행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어떤 후보가 대우건설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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