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무교육인가 헐값근로인가 '아리송'
[단독] 실무교육인가 헐값근로인가 '아리송'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7.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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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자회사 엠즈씨드… 실습생 '열정페이' 논란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매일유업의 자회사 엠즈씨드가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학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의 3분의 1수준의 실습비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엠즈씨드는 실습비 항목에 숙식비와 교통비까지 포함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정을 매장 잡무로 보낸 폴 바셋 실습생들의 지위는 노동자에 가깝고 이들에게는 최저임금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진은 매일유업 본사 전경.

커피전문점 ‘폴 바셋’을 운영 하고 있는 엠즈씨드는 지난 5월19일 각 대학의 취업담당관과 관련학과 담당교수를 대상으로 한 ‘산학실습 모집 안내’공문을 발송했다. 폴 바셋 매장의 바리스타와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매장의 판매사원 실습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1차 실습생들의 수련은 6월27일 시작해 7월22일까지 4주간에 걸쳐 완료됐다. 엠즈씨드는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국 80개 매장에서 수련할 실습생들을 모집했고, 160시간의 실습에 대해서는 식대와 교통비를 포함한 40만원을 지급했다.

▲ 공문 상의 실습부문은 '폴 바셋 매장 바리스타 또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샵 판매사원'이다. 실습조건은 '주 5일 1일 8시간 근무'이며 식대를 포함한 실습비 40만원이 지급된다.

문제는 해당 실습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매장에서 잡무를 보는데 보냈다는 것이다. 바리스타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산학실습을 실시한 만큼 실습생들의 주된 임무는 바리스타를 보조하거나 매장 청소, 설거지 등 여타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의 업무와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산학실습생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과의 특성상 졸업 필수과목 이수를 위한 산업현장에서의 실습이 주목적”이라며 “하계 산학실습생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산학실습생 처우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해석은 달랐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따르면 ‘실습과정이 노동관계법령 등에 따라 실질적 근로에 해당하는 때에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시되는 시간급 최저임금액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교육부의 고시는 ‘노동법에 의해 실습생들의 업무가 실질적 근로로 판단된다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마련해 놓은 근로자 지위 판단의 근거를 적용하면 폴 바셋의 실습생들이 근로자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통해 폴 바셋 실습생의 경우처럼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수시로 잡무에 동원될 경우에는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경험 수련생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에 대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노동법적 보호 대상인 근로자’라고 단정했다.

▲ 고용노동부의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중 일부

특히 ‘교육․훈련내용이 지나치게 단순·반복적인 것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예시 항목에서 ‘비교적 단순노무업무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일경험 수련생을 통해 일을 하는 경우(예: 학생 등이 전공과 관련성이 낮은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경험 수련생으로 일을 하고 학점을 이수)’를 지목했다.

실습생의 근로자 지위 인정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도 동일하다.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사용자와 실습생 사이가 지휘명령체계를 이루고 있고, 지급되는 돈이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계약의 목적이 명목 상 '교육'이더라도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이라면 현장실습생들은 노동자에 해당 한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대부분의 일정을 매장 잡무로 보낸 폴 바셋 실습생들의 지위는 노동자에 가깝고 이들에게는 최저임금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1기 수련생들은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한 40만원의 실습비만 받았다. 단순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 2500원이다. 이는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습생들이 받는 실습비는 최저임금의 3분의 1수준인 2083원에 불과했다.

실제로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취업에 불리한 상황을 우려해 실명 공개를 꺼렸지만 폴 바셋의 실습운영에 대한 비난을 감추지는 않았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A양은 “실습이라는 명목하에 매장에서 보낸 1시간의 가치는 2083원”이라며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 여러개를 해도 모자라는 시간에도 취업을 위해 실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청소와 잔심부름으로 보낸 4주간의 실습이 남긴 것은 고작 40만원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매일유업 관계자는 “실습지원비는 학교 담당 지도교수와 사전 협의된 사항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산학실습 과정을 의무로 수료해야 하는 학과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실제 지난해 산학실습을 통해 총 1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등 졸업 후 채용으로 연계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 더불어 적성에 맞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실습을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더욱 나은 조건에서 대학생 산학실습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폴 바셋은 2차 산학실습을 시작했다. 2차 실습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1일 8시간씩 주 5일, 총 4주간의 실습이 진행된다. 그러나 매일유업관계자는 해당 실습생등과 앞서 실습을 마친 1차 실습생들에 대해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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