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투어, 산학실습 허울로 열정페이 착취 '의혹'
[단독] 하나투어, 산학실습 허울로 열정페이 착취 '의혹'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8.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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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짧고 실무는 길고"...성수기 부족인력 떼우는 단기 알바 '의심'
실습비 월 30만원으론 공항식대 비싸 끼니 걸러...부모 용돈으로 생활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하나투어가 실습생들에게 열정페이를 지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습생들은 공항에서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하나투어는 월 30만원의 실습비만 지불할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6월7일부터 같은 달 15일까지 하계 산학실습생을 모집했다. 선발된 실습생들은 현재 실무 현장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실습의 목적으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과 기회를 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 하나투어의 실습생 채용공고. = 하나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실습생들 가운데 일부는 인천공항의 출국장 인근에 투입됐다. 이들의 주요 일과는 하나투어 부스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발권과 가이드 등 여행상품과 관련 있는 안내를 해주거나,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을 조치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실습생과 직원을 구분하지 않은 채 실무에 투입해 직원들과 동일한 시간동안 근무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들이 한 달간의 실습을 통해 받는 실습비는 식대가 포함된 30만원에 불과했다.

하나투어는 현재 실습생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노동’이 아닌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장실습은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대입하면 하나투어의 실습생들은 ‘근로자’에 가까웠다.

가이드라인에는 성수기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일경험 수련생(실습생)을 사용하는 것처럼 ‘상시적 또는 특정 시기에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업무 등에 근로자를 대체하여 일경험 수련생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교육․훈련내용이 지나치게 단순·반복적인 것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노동법적 보호 대상인 근로자로 불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하나투어 실습현장인 인천공항 3층. 하나투어는 하루 8시간 주 5일제로 근무하고 있는 실습생들에게 월 30만원의 식대를 포함한 실습비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 현장실습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23일과 25일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봤다. 실습생들은 하나투어 직원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부스에 찾아온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직원과 실습생의 구분은 ‘◯◯씨’와 ‘◯◯님’ 같이 이들이 서로 사용하는 호칭을 들어야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업무의 난이도도 직원과 실습생의 구분이 없다. 실습생들은 찾아온 고객을 거리낌 없이 맞이했다. 주로 직원들은 실습생들의 실무 경험을 보조하는 역할로 보였다.

그러나 부스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실습생들과 직원들 모두 고객을 맞이했다. 단지 실습생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만 직원들이 나서서 해결해주곤 했다.

하나투어 부스 인근에 도착했던 25일 오후 2시경부터 취재를 마무리했던 오후 5시까지 모든 실습생들과 직원들은 몰려드는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대부분 서서 업무를 봤다. 하나투어 부스를 주시하는 동안에는 앉아서 쉬고 있는 직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양일간 지켜본 하나투어 실습생들의 업무는 능숙함의 차이만 있을 뿐 직원들과 다름이 없었다. 하나투어 고객들의 판단도 비슷했다. “실습생과 직원의 구분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투어 부스를 이용한 정 모(53.남)씨는 “실습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르바이트생 같다”라고 말했다.

현장실습생의 복장과 업무를 직원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과 극성수기에 현장배치 함으로 회사에 실질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정황은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 위반과 함께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에 대한 방침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실질적 근로자로 판단이 가능한 경우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실습과정이 노동관계법령 등에 따라 실질적 근로에 해당하는 때에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시되는 시간급 최저임금액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하나투어 측은 이에 대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실습을 통해 현장 수련을 거친 학생들을 직원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무에 대한 경험은 개인에게도 향후 관광산업 종사자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나투어의 실습생 채용공고 중 복리후생 내용. = 하나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하나투어 관계자는 실습생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인정이나 현 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실습생, 법조계, 청년단체 등은 하나투어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노동력 착취’라며 비난했다.

하나투어 실습생 A군은 “30만원만 받고 물가가 비싼 공항에서 끼니를 거를 수 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위해 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가면서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실습생 B군은 “교육은 짧고 실무는 길다”며 “처우 개선의 노력이 없는 노동력 착취가 현장실습이라는 명목하에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사용자와 실습생 사이가 지휘명령체계를 이루고 있고, 지급되는 돈이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계약의 목적이 명목 상 '교육'이더라도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이라면 현장실습생들은 노동자에 해당 한다”며 “노동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 ‘실습비’로 명명한 최저임금 이하의 금액을 지불한다는 것은 노동력 착취”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기원 청년유니온 사무차장은 “사실상 고용된 직원이 해야할 실무에 실습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이 투입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습생들을 교육적 목적이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를 대신하는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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