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현대상선 떠나보내는 현정은 회장의 ‘고뇌’
[데스크칼럼] 현대상선 떠나보내는 현정은 회장의 ‘고뇌’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8.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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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4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묘소에는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100여명이 모여 13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 한상오 부국장

예년보다 조용히 치러진 이날 추모제에는 이백훈 대표 등 현대상선 임직원 40여명도 함께 했다. 현대상선 임직원으로 추모제에 참석하는 마지막 자리였다. 현대상선은 5일 예정된 유상증자 신주 상장을 통해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대상선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현대아산과 함께 상징적 의미를 가진 회사였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버려진 유조선 3척을 가져오면서 시작된 현대상선은 성장을 거듭해 1990년대 후반에는 세계 8위로 도약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의 부친인 고(故) 현영원 전 회장의 땀방울이 그대로 담긴 회사이기도 하다. 1983년 현 회장이 설립한 신한해운과 합병을 통해 오늘날의 현대상선으로 발전하는 기틀이 마련됐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온갖 정성을 쏟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또 회사가 용선료 조정 협상에 애를 먹을 당시 영국 선주 조디악의 예얄 오퍼 회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현대상선을 도와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이제 현대상선을 그룹에서 떠나보내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10여 개 계열사만 남겨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이지만 상징성이 남다른 현대아산은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현대아산은 1988년부터 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해 대북사업을 펼쳤으나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터지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된 뒤 8년 넘게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관광 사업 중단 이후 현대아산의 손실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7월 관광중단 당시 1084명이던 직원도 현재 215명으로 축소됐다.

야심차게 진행해왔던 개성공단 개발사업도 올해 2월 전면 중단됐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권자 자격으로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면세점, 주유소 등을 운영하면서 건물 증축, 보수 공사를 담당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직접 매출손실이 연간 300억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현대아산은 최근 탄산수 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활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아산은 미국 생수 크리스탈 가이저에 대한 국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달부터 온라인 시장을 통해 ‘크리스탈 가이저 탄산수’를 출시했다.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크리스탈 가이저는 미국에서 수요층을 확보해 높은 브랜드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온라인 생수 판매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정몽헌 회장의 추모제에 참석한 현 정은 회장은 고인의 영전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교롭게 추모제 다음날 품에서 떠나는 현대상선에 대한 아쉬움 이었을지, 언제일지 모를 현대아산의 재비상의 기도였을지 모를 일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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