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금리 대출 '사이다' 히트…저금리시대 '대안' 부상
중저금리 대출 '사이다' 히트…저금리시대 '대안' 부상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8.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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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I저축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 ‘사이다’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최근 중국 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입으로 중국 금융산업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금융인들은 대부업이나 저축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풀뿌리 금융’을 장악해 가고 있는 일본 금융산업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에 비해 앞서 혹독한 경제 불황을 겪으며 초(超)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일본 은행업계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일본 금융의 저력 = 보통 한국인들의 통념 상 일본은 제조업이 강하고 금융업은 약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 인사들은 일본의 금융업이 미국이나 영국 수준만큼은 되지 않지만 저력이 있고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일본 금융업의 선봉장은 초(超)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고 세계적 ‘큰 손’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들이다. 일본은 규모에서 세계 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을 갖고 있고 재팬 포스트뱅크(유초은행), 미즈호그룹 등이 세계 랭킹 20위권 안에 들어있다.

이외에 주의 깊게 볼 것은 일본은 지방은행들이 번창하고 있고 한국에는 없는 제2지방은행이란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제2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영업방식, 업무형태, 자금조달과 운용 시스템이 거의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외지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2지방은행들의 모체는 한국에도 있는 저축은행들이다. 일본 각 지역에서 영업하던 저축은행들이 성장해 제2지방은행이 된 것이다.

일본에는 제2지방은행들을 합쳐 100개 이상의 지방은행이 있으며 이들 지방은행이 지방경제를 떠받치는 기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방은행 영업의 활성화 정도에서 일본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韓 은행 업계가 日 은행업계에게서 배울 점 = 금융권 인사들은 한국의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일본 시중은행들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저축은행들이나 상호금융기관들은 아직 일본 은행업계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들이 일본 은행업계에서 배워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신용평가 시스템과 중금리 대출 사업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의 지방은행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시즈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루가은행(スルガ銀行)이다. 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2%이며 순이자마진율(NIM)은 1.31%(2014년 기준)다.

스루가은행은 20년 이상 연구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은행은 고객집단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서 충분한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미혼 여성, 자영업자 등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사들이 다양한 고객 정보를 가지고 신용평가 모델 수준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은 카드 연체 정보나 통장 잔액 같은 소수의 정보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신용평가 모델 수준이 낮은 결정적 이유는 2014년 초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사가 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려면 공개 정보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시 정보 소유자의 동의를 꼭 받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하므로 공개된 개인정보 활용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평가 실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 은행들의 경영과 연관된 노력과 함께 현행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과 함께 국내 금융인들이 강조하는 것이 일본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성공사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일본의 은행들은 초(超)저금리 시대에 생존을 위해 대부업체와 함께 중금리 대출에 나섰다.

김홍년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 3월에 일본 중금리 대출 시장 확장 과정을 연구한 ‘일본 대금업법 개정 이후 일본 은행의 중금리 대출 전략 사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일본의 대금업법이 개정되면서 29.2%까지 금리수준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이 20%로 떨어졌다.

대출금액 측면에서도 전체 연 소득의 삼분의 일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대출액 규제도 생겼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대출이 줄었다. 이때 일본 은행들은 빠르게 움직여 대부업체와 제휴했다.

일본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상대해 온 대부업체들의 노하우를 활용했다. 아울러 일본 은행들은 카드론 부실 리스크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부업체와 보증계약을 맺었다. 일본 은행들은 보증계약을 맺은 대부업체와 힘을 합쳐 카드론 대출 심사를 했고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 실행여부와 금리, 대출한도를 결정했다. 이렇게 대부업체와 은행이 힘을 합치면서 중금리 대출시장이 커져 은행과 대부업체 모두 이익을 얻었다.

◇ 국내 저축은행들이 생존하려면 = 가계부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보복 위협까지 나오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국내 저축은행들은 폭풍 전야에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들에 비해 사정이 낫다. 반면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되면 저축은행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 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 과감한 시도를 통해 악화되는 경제환경을 돌파하려는 국내 저축은행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SBI저축은행이다.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 해 12월 모바일 중저금리대출 ‘사이다’를 출시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이다는 현재까지 연체율 0%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실적이 1000억원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중국의 사드에 대한 경제보복, 심화되는 세계 경제 불황 등의 여파로 앞으로 계속 경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국내 저축은행들을 포함한 모든 금융사들이 초(超)저금리 시대를 극복한 일본 은행업계의 과거 행적을 배워서 다가오는 시련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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