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계 무너진 온오프라인 그리고 독점
[기자수첩] 경계 무너진 온오프라인 그리고 독점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8.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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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 류승룡이 작품 내에서 마초적인 상남자 캐릭터와 구질구질한 남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며 인기를 모아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이 대세 배우가 영화에서 보여주던 컨셉과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외쳐대던 광고가 있었으니, 지금은 O2O(Online to offline)사업의 롤모델이라고도 할만한 ‘배달의민족’이다.

▲ 이한림 기자

광고가 처음 나왔을 때는 무슨 광고인지 몰랐다. 모바일 스트리밍이 한참 각광받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TV광고의 규격인 15초보다 짧은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광고주들은 더 짧아진 시간 안에 제품에 대해 알려야했다. 단도직입적인 광고가 많았다.

반면 배달의민족 광고는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묻기만 했다. 말이 그려진 그림 위를 옆으로 누워 말을 타는 시늉을 하는 배우 류승룡의 혼신의 연기가 돋보였다. 알고 보니 배달의민족은 중국집과 같은 외식 식당에 모바일을 통해 주문을 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플랫폼 서비스였다.

사람들은 ‘집 근처 중국집 정보를 모아놓으니 좋네’ 정도로 생각하며 어플에 올라온 후기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편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부터 메뉴, 후기 등은 취사선택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통화하지 않고도 터치로만 주문이 가능해 번거롭지 않았다. 집 근처 가까운 곳, 단골집 등만 찾아가 외식을 먹거나 배달해먹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전벽해였다. 불과 4년 전인 2012년의 일이다. O2O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이다.

지금은 외식 산업 뿐만 아니라 교통, 관광, 여행, 쇼핑 심지어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골라 만나는 것까지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으로 먼저 살펴보고 오프라인에서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그루폰과 오픈테이블 등이 지역 상권과 결합해 새로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를거론하며 O2O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했던 미국의 한 IT매체조차도 O2O라는 개념이 이렇게 확대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용어인 O2O는 조금이라도 의미에 연결돼 있다면 사용하는 용어로 확대됐다.

모바일 환경의 발전에 따라 모든 사고파는 것들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다. 오픈마켓, 통신사, 포털사이트, 은행권 등 업계를 막론하고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는 O2O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서비스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O2O가 마케팅 용어로의 인식이 강한 이유다.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보면, 당시 중국집들은 단골장사에 주력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 전단지를 돌렸다.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타지 않은 곳이거나 이제 신장개업한 식당이라면 찾아오는 손님에게 ‘우리 집 소문 좀 많이 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른바 로컬 비즈니스에 집중하며 몸집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집 잘 좀 써주세요’라고 말한다. 인터넷상에 ‘여기 괜찮더라’라고 글을 써 올려달라는 말이다.

O2O업체들이 식당을 찾아가서 '저희 플랫폼에 들어오시면 홍보를 해드립니다'에서 식당주인들이 O2O업체들에게 연락해 '저희 식당을 귀사의 플랫폼에 올려주세요'라고 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전단지를 인쇄하는 비용보다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인 식당의 홈페이지를 제작,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들이 더 낫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홍보나 관리를 해주니 사업주들의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됐다.

중국집 같은 식당을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용어로 부르는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재, 온라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O2O라는 분야가 필연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다.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등 대기업들은 생태계 구축을 외치며 O2O플랫폼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당수의 매장을 보유한 O2O스타트업 업체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하나둘씩 입점 시키며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O2O사업자들의 수익모델은 수수료다. 입점 시 계약금을 지불하고 주문 시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구조화됐다.

중소 O2O사업자들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곡소리를 내는 동시에, 홍보효과가 더 뛰어난 대기업의 플랫폼으로 들어가려고 안달이다.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과거에 여기서 장사할 거면 텃세를 내야할 것 아니냐는 식의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텃세를 지불하는 게 나아보인다는 것이다.

O2O업체들은 상생과 공생을 외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없으면 주문을 받는 플랫폼도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독점의 상황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것을 불허할 때 독과점을 이유로 권역규제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권역규제의 시각을 케이블TV업계에 적용시킬 뿐만 아니라 초고속성장중인 O2O시장도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국내 O2O시장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도 성공도 할 수 있는 분야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온라인 매장에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정당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이라고 답하고 싶다. 잠재력이 높은 O2O시장이 꼭 독점이 아닌 다양한 경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는 이유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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