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슬퍼지는 이유
[데스크칼럼] 공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슬퍼지는 이유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8.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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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적 성과가 뚜렷하게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기준 3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의 2013년 이후 영업이익이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로 나타났다.

▲ 한상오 부국장

하지만 공기업의 경영성과가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 공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경영 효율화나 서비스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에서 비롯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독점이윤을 챙긴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2013년 1조5190억 원에서 2015년 11조3467억 원으로 2년 만에 무려 7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한전이 기록한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 13.16%, 현대자동차 6.91%, SK텔레콤 9.97% 등 재벌 대기업에 견줘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전의 11조원이 넘는 이익은 25%에 이르는 전기 판매 마진율이 결정적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로부터 킬로와트(㎾)당 84원에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평균 112원에 판매했다. 유가 및 원재료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한데도 한전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요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부채비율 축소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목적사업을 외면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건수가 2013년 2만2000여건에서 2015년 4700여건으로 대폭 줄면서 재무적 성과를 이뤄냈다.

철도공사의 영업이익은 2013년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에서 2014년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로 반전했다. 2014년 KTX 주중 할인(7%)과 역방향 할인(8%)제를 폐지했고, 2013년에는 포인트 적립제도를 유효기간 3개월짜리 쿠폰발급으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변칙적인 요금 인상을 단행한 결과다.

공기업은 말 그대로 공공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공기업이 국가의 지원과 관리, 보호 속에 영업활동을 하는 만큼 일반회사처럼 이윤 극대화만 추구해선 안 된다. 공기업의 이윤 극대화는 공공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공기업이 일반기업보다 사회적 책임경영의 잣대를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주요 공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경영은보다 이윤과 효율의 논리에 매몰돼 있다.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까닭도 바로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공기업들은 성과를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지난해 약 2조원을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 한전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6.2%로, 시중 예금금리의 3배가 넘는 고배당이다. 한전은 임직원들에게도 성과급으로 3600억 원이라는 뭉칫돈을 풀었다. 하지만 한전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은 연평균 300억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는 매출이나 자산 규모에서 비슷한 민간 대기업에 견줘 매우 적은 수준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들도 평균적으로 세전이익의 3%가량을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다.

공기업들이 설립 목적인 공익 활동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기조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공공기관 민영화, 통폐합과 효율화, 기능 재조정 등을 담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2008년 선포하고, 2009년부터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공공기관 선진화 및 경영효율화 추진관리 항목’이란 것을 신설해 효율과 수익성 지표를 개선한 곳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겨 인사와 예산 배정에 혜택을 줬다.

박근혜 정부도 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내용은 부채를 줄이고, 효율성과 이익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기업들이 사기업 못지않게 돈벌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국제 표준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공기업들은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공기업이 공공성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우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경영에 공공의 이익이 반영되려면 사회적 견제와 감시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기업 내부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대표하는 독립기구의 설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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