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00조원 슈퍼예산’ 과연 적정한가?
[데스크칼럼] ‘400조원 슈퍼예산’ 과연 적정한가?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9.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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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17년도 예산안은 ‘4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이다. 정부는 일자리와 경제부양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대한 확장적’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한상오 부국장

내년 정부의 총 지출은 400조700억 원으로 올해 예산 386조4000억원보다 3.7% 늘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4조원 남짓 증가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아 현 경제상황을 반전시킬만한 기대는 할 수 없다.

특히 추경을 제외한 총지출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2.9%), 2016년(3.0%)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긴축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뒤늦게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면서 사실상 긴축을 고려했다고 변명했다.

정부예산안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세입전망과 국가채무 관리에 대해 안일한 시각을 갖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

박근혜정부 들어 세 번이나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국가부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새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커졌다. 2011년 400조원을 돌파한 국가채무는 올해 637조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39.3%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세입을 올해 추경안보다 9조원 늘어난 241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주요업종 구조조정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비해 너무 장밋빛 전망이 아닌지 걱정이다.

또 정부는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를 2020년까지 40.7%로 관리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확장적 재정을 펼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의 내년도 슈퍼예산에 대한 평가는 '전략적 고민이 없다' 정도로 보인다. 그냥 숫자로 ‘400조원이 넘었구나’ 정도의 의미부여를 한 것 같다.

내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계산해볼 때 내년 말 국가채무는 683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추정치이지만 지난 5년 동안 무려 240조원의 빚이 늘어났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재정운용 정책기조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현 정부는 해마다 30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왔다. 내년에도 국가살림 적자가 28조 원이 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이정도 적자쯤이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현 정부에서 ‘재정 안정성’이란 단어는 이미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정부예산안을 국회에서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무작정 예산을 깎으라는 게 아니다. 필요한 예산을 적재적소에 책정하고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예산을 집행하자는 것이다.

말 많고 탈 많던 추경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사실 아쉬움이 많다. 추가경정예산은 대량실업이나 산업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로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경의 본래의 취지와 무관한 사업예산도 상당부분 통과됐다.

우리 경제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8월 수출이 19개월만에 마이너스 기록을 깼다고는 하지만 반짝 반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다시 확산되고 있고 미국금리는 인상될 조짐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상황도 불투명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내년 400조원 예산이 너무 많다거나 적다는 예기가 중요하지는 않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산인가, 집행이 가능한 예산인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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