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진해운 뒷북정책이 낳은 대혼란
[데스크칼럼] 한진해운 뒷북정책이 낳은 대혼란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9.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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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한진해운으로 비롯된 물류대란 사태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직접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던 한진그룹 내부에서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고, 법원으로부터 출자요청을 받았던 채권단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오 부국장

당장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자금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표류중인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약 14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화물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채권자 등에 의해 처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까지 몰린다면 물류대란의 파장은 걷잡을 수도 추산할 수도 어려워진다.

한진그룹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8일 각각 한진해운 자금지원에 대한 내부논의를 벌였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미국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지에서 한진해운의 선박이 억류되거나 입출항‧하역이 거부되었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예측되는 상황에 대해 꼼꼼히 준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일한 판단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선박압류 중지명령 신청은 빼놓아서는 안 될 사안이었지만 그냥 소홀히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4일에서야 부랴부랴 ‘물류대란 관련 관계부처 합동대책TF’를 구성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가동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한진그룹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한진해운 회생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지난 6일과 7일 채권단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에 173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6일에서야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하면 장기 저리로 1000억 원을 대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회유했다. 한진그룹은 이런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1000억 원의 자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해외터미널과 대여금채권을 담보로 대한항공에서 600억 원을 마련하고 조양호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400억 원을 사재 출연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이상한 발상이 어디에서 나놨는지 모르지만 실현 가능성도 희박했다는 데에 있다.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오너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비상식적 논리가 빌미가 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자산을 담보로 받고 유보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일부 반대 의견이 생기면서 오는 9일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한진해운이 이미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데다 사실상 청산 가능성이 유력한 회사에 유보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경제 논리와도 맞지 않고 자칫 배임 혐의가 생길 수 있는 점 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조건 없는 추가 자금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이 아직 법원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은 아니지만 ‘담보 없는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업황이 어렵고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무작정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진해운은 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73척, 벌크선 16척 등 총 89척의 선박이 비정상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총 141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데 60%가 넘는 선박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선박은 용선료, 하역운반비, 장비임차료, 유류비 등의 체납 문제로 입출항금지와 하역거부 등의 사태를 겪고 있다. 함부로 항만에 선박을 댔다가 억류를 당할 위험도 있다.

이로 인한 관련 업체들의 유무형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선적된 화물이라도 얼른 내려놓고 봐야하는데 자금지원이 차일피일하면서 갑갑해져만 가는 상황이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가 겪을 피해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며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까지 편성, 통과시킨 정부가 벌인 것은 무대책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런 무능력과 해운산업 정상화 의지의 박약을 어디에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걱정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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