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 얇은 한국영화, 계속 발전할 수 있을까?
선수층 얇은 한국영화, 계속 발전할 수 있을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9.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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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올해 추석 극장가를 보면 한국 영화가 관객 수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상위권에 있는 한국 영화 2편과 외국 영화의 관객 수 격차도 크다. 최근에는 한국 영화가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헐리우드 영화가 한국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는 한국 영화에도 약점이 있다. 특히 앞으로 한국 경제 불황이 심해지고 저 출산 노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한국 영화시장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한국 영화산업의 약점 = 한국 영화산업은 일단 외견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행>이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가 됐다. <인천상륙작전>은 700만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고 <덕혜옹주>는 550만 관객을 넘겼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한국 영화 유통 시장에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지난 2월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은 영화 상영업과 배급업을 분리해 스크린 독과점 폐해를 막자는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냈다.

지난 7월 1일에는 김병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화시장 독과점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그는 “흥행위주 투자로 다양한 영화 창작을 막아 영화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에 간다. 한국의 멀티플렉스 시장은 거의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나눠 갖고 있다. CJ CGV는 CJ그룹 소속이고 롯데시네마는 롯데그룹 소속이다. 메가박스는 중앙일보 계열사인 제이콘텐트리가 소유하고 있다.

메가박스 소유주인 제이콘텐트리는 아직 영화 제작을 하고 있지 않지만 CJ와 롯데는 자신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이므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영화에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만든 영화를 자신들의 영화 유통망(멀티플렉스)에 배치한다. 거액의 자금을 들인 영화인만큼 대량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좋은 시간대에 자신들의 영화를 걸어 놓는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들은 별 생각 없이 대기업이 만든 영화를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기업이 만든 영화의 흥행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대기업이 만들지 않은 영화들은 대기업 영화에 밀려 관객들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이렇게 되면 비(非) 대기업 제작 영화들의 흥행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한국 영화계의 겉모습이 아닌 내부의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다수의 영화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처지다.

지난 2006년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내놓으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정성산 감독은 “한국 영화, 뮤지컬로는 돈을 벌 수가 없어서 방향을 틀었다”며 “영화, 뮤지컬계를 떠나 관광 컨텐츠 개발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IT, VR, 뮤지컬, 스포츠, 첨단특수장치가 결합된 세계 최초의 복합 넌버벌 쇼를 준비하고 있다. 넌버벌(non-verval)쇼란 줄거리와 대사없이 배우들이 동작 등으로만 연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 영화계 = 문화예술계에서는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들이 주로 한국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시장원리 상 어쩔 수 없지만 다양한 영화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 형성돼야 창의력이 높은 영화인들이 많이 양성되며 한국 영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몇몇 대기업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 구조를 튼튼하게 바꿔놓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게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성산 감독은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전문 영화시나리오 작가군을 양성해야 한다”며 “초(超)미니 실험영화(창의력과 실험정신이 강한 2~3분 분량의 영화)창작체계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현재처럼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인들은 정 감독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 영화 외에 대다수의 한국 영화가 발전하려면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군을 양성할 수 있고 독립영화를 많이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영화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원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KT가 운영했던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가 대표적 사례다.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는 올해부터 규모가 커지고 형식도 바뀐다. KT는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를 종합 영상 콘텐츠 축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매시업 기가 페스티벌 포스터.

KT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를 발전시킨 매시업 기가 페스티벌(MaShup GiGA Festival)을 연다고 밝혔다. 매시업 기가 페스티벌 개최날짜는 다음달 22일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기업도 이익을 볼 수 있고 영화인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데 정부(문화체육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한국 영화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지켜보고 있는 한류 및 문화산업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한국 영상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신일 성북문화관광발전소 소장은 “외면 받는 한류드라마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불륜 등 정형화된 콘텐츠는 끓는 물 속 개구리와 같다”며 “5000년 역사 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다채로운 1차 콘텐츠에 창의성을 가미해 현대적 소재들로 되살리는 노력이 활성화 된다면 한류의 생명력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창의적인 영화보다는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만 영화인들은 창의적이지 못한 영화는 결국 국제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중국 등 한국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도 참신하지 못한 내용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면 결국 현지 관객에게 외면 받을 수 밖 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한국 영화 내수시장은 앞으로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이 높아 몇몇 국내 영화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실패할 경우 국내 영화 제작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던 영화 산업이 해외 시장에서 실패한 상황에서, 높은 이윤을 위해 국내 시장에서 외국 영화 유통에만 관심을 갖는 일이 벌어지면 국내 영화 제작이 부진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계 인사들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한국 영화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대기업이 참여해 자신들도 이익을 누리고 영화인들도 이익을 누리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인들은 이런 과정에서 한국 영화산업이 더욱 발전해 탄탄한 생태계를 이루면 영화 관련 중소기업들도 그 생태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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