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선두권 경쟁...현대·삼성은 카드도 ‘라이벌’
카드업계 선두권 경쟁...현대·삼성은 카드도 ‘라이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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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영향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신용카드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예상대로 올해 상반기 전업계 카드사들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내놓은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계 카드사 순이익은 9487억원이었다. 이것은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1조877억원과 비교하면 12.8%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업계 선두권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카드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기술’로, 삼성카드는 ‘오프라인 영업망 확대’ 등으로 신용카드 시장의 은행계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 현대카드 = 카드업계 차원의 관심을 넘어 항상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카드사가 현대카드다. 과거 현대카드를 상징하는 단어가 ‘디자인’이었다면 요즘은 ‘디지털’이다. 현대카드는 금융사의 수준을 뛰어넘어 디지털 기업으로 도약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변신 준비는 단순히 다른 금융사들의 움직임을 허둥지둥 따라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대카드는 차분한 자세로 고민하며 고객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현대카드.

대표적 사례가 모바일 단독카드다. 현대카드는 모바일 단독카드 출시 보류 선언을 내놓아 업계를 또 다시 놀라게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출시 보류 선언이 나온 이유에 대해 “모바일카드가 가져야 할 기본 속성인 즉시 발급성도 없고 일부 혜택을 빼면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듯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편익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철학에 토대를 두고 나온 것이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다.

디지털 현대카드가 내놓은 1호 서비스는 ‘락앤리밋(Lock & Limit)’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현대카드 앱을 활용해 신용카드 사용조건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락앤리밋 서비스를 둘로 나누면 락(Lock)과 리밋(Limit)이다. 락(Lock)은 카드 사용처를 원하는대로 정할 수 있고 해외 결제를 막아버릴 수도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 온․오프라인 결제, 국내 온․오프라인 결제, 현금서비스 등을 간단히 제한할 수 있다.

이 서비스 도입으로 많은 고객들이 카드 분실이나 도난 등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났다. 심지어 락 서비스로 해외 결제를 봉쇄하면 카드 복제 후 해외에서 부정결제를 하는 수법의 범죄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리밋(Limit)은 이름 그대로 지나친 카드 사용을 막기 위해 사용금액을 자유롭게 제한할 수 있는 서비스다. 1일 사용금액이나 1회 사용금액까지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상 카드번호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실제 카드 번호가 아닌 고객이 별도로 만든 가상 카드번호를 쓸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고객은 현대카드 앱에서 가상카드번호를 받아 국내와 해외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가상 카드번호를 쓰게 되면 온라인에서 카드 번호가 유출된다고 해도 가상 카드 번호가 나간 것일 뿐이므로 실제 카드 번호는 안전하다.

가상 카드번호 서비스에 이어 올해 4월에는 한 번 클릭하면 쇼핑몰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는 페이샷(PayShot)서비스를 내놓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위대한 회사란 무엇 하나를 매우 잘 하는 회사보다 끊임없이 변신할 줄 아는 회사라는 생각”이라며 “어느 하나를 아무리 잘해도 산업자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도태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인사들은 실제로 현대카드가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금융권 인사들의 평가대로라면 현대카드는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보면 0.46%다. 카드업계 평균인 1.03%와 비교하면 0.57%포인트 낮은 것이다. 부실대출 대비 수준을 볼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1812%에 이른다. 업계 평균은 647%다.

◇ 삼성카드 = 현대카드와 함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드사가 삼성카드다. 현대카드의 최근 행보를 ‘디지털’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면 삼성카드의 최근 행보는 ‘스피드’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4월 24시간 365일 심사 발급체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야간이나 주말에도 카드 심사가 가능하게 됐다. 이렇게 심사가 빨라지면서 오전에 카드 신청하면 오후에 카드를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24시간 체계는 삼성카드의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는 고객들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모바일이나 PC 등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고객이 카드를 신청한 비중은 지난해 12월말에는 9%였으나 지난 7월에는 63%로 크게 늘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상반기에 구축한 디지털 경영환경 및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다양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디지털·모바일 관련 상품 서비스 경쟁력을 구축할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이렇게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채널도 늘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제휴사인 SC제일은행의 전국 254개 지점을 영업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SC제일은행 지점망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고객 확보를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은행계 카드사와 은행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계 카드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카드 시장에서는 은행계 카드사가 기업계 카드사에 비해 회원 확보에 있어 유리했다. 은행 창구에서 보다 손쉽게 카드 회원 유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SC제일은행을 우군으로 끌어 들이면서 은행계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핀테크 능력이 은행 간 경쟁이나 카드사 간 경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카드는 SC제일은행과 협력해 카드와 은행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 SC제일은행이 가진 은행 고객 빅데이터는 삼성카드의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삼성카드는 산업연구원과 빅데이터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산업연구원은 이달 6일 빅데이터 활용 산업 동향 분석 및 미래 신 성장 산업 발굴 업무협약을 맺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국내 업계 최초로 카드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정책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삼성카드의 중장기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카드에게는 삼성페이 같은 금융관련 서비스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도 큰 힘이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등의 다른 삼성 금융계열사와 같이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올해 초 삼성카드 지분 71.93%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두 회사의 시너지가 더 커지는 방향으로 삼성카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카드가 새 카드모집 실적의 15%정도를 삼성생명 복합점포에서 얻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삼성카드에게는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출시 후 PC온라인 결제를 혼자 맡았다. 이와 함께 올해 삼성페이 전용 카드상품도 내놓았다.

삼성카드는 이렇게 온·오프라인 공간을 공략하면서 자동차 금융시장도 노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자동차금융 서비스도 디지털화했다. 삼성카드의 다이렉트 오토 사이트는 모바일 및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다이렉트 오토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

삼성카드 다이렉트 오토에서는 옵션별 차량 가격비교, 자동차 금융 상품 선택 및 신청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직접 적당한 자동차 견적과 이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간단히 비교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중요한 점은 과거에는 고객이 여러 단계를 거쳐 자동차 구매금융상품 정보를 받던 것과는 다르게 중간 단계 없이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자 각종 수수료와 인센티브 비용이 줄어들었다. 삼성카드는 이에 따라 캐시백 규모를 늘리고 할부이자율을 인하하면서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

삼성카드도 실적이 탄탄하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업 취급고는 약 54조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 증가했다. 삼성카드 상반기 영업수익은 1조6731억원이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7.1% 늘었다.

◇ 은행계 카드사들 위협하는 기업계 카드사들 = 그동안 은행계 카드사들은 기업계 카드사들에 비해 쉽게 영업을 해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디지털과 계열사 시너지 파워를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사들은 “은행계 카드사들이 핀테크와 빅데이터, 모바일 시대가 된 지금 은행 지점 영업망만 믿고 있으면 결국 기업계 카드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많이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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