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청호(淸湖) 박승복 회장’ 별세
샘표 ‘청호(淸湖) 박승복 회장’ 별세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09.26 1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칙·품질 우선의 경영철학 남겨

[이지경제] 김창권 기자 = 70년 역사를 지닌 샘표의 박승복 회장이 23일 향년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박승복 회장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원칙·품질 우선의 경영철학을 확립한 인물이다.

샘표식품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 전신)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이후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1973년)을 역임하기도 했다.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박승복 회장은 지금의 샘표를 만드는 기반을 탄탄하게 쌓아 올렸다. 특히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에 최우선을 뒀다.

세계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그의 바람으로 87년에는 당시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짓기도 했다. 그 결과 간장하면 샘표를 떠올릴 정도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2009년 펴낸 회고록을 통해 “원칙을 지키니 두려울 것이 없고, 건강하니 어떤 것도 거칠 것이 없다”고 밝히며 원리원칙을 지키는 데는 철저했다.

일례로 1985년 한 방송국에서 불법으로 간장을 만들어 파는 현장을 방영했는데, 소비자들이 샘표가 제품을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상황이 생겼다. 당시 박 회장은 TV광고에 직접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히며 소비자 오해를 불식시켰다. 당시에는 CEO가 광고에 출연한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직생활을 끝내고 55세의 늦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 받아 샘표를 맡게 된 박회장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매 분기마다 전 직원 앞에서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박 회장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식초’다. 마시는 식초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누구라도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으로 식초를 활용할 수 있도록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회장은 40여년을 경영 일선에 앞장서며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중견기업 및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은 박 회장은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박승복 회장의 유족은 아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