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없어도 안 되는 것 1위를 꼽으라면 스마트폰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이견이 없는 사회다. 통신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초상이다.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지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저가폰으로 돌아온 팬택의 무선사업부가 그 중심에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부터 스마트폰 제조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며 두각을 나타내왔다. 양 사는 기술과 편의성에 대한 특유의 응집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당기는 제품들을 만들어냈고,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기업이 됐다.
2012년 삼성전자는 전 세계 4억 대 이상의 휴대폰 판매로 입증됐다. 올해 애플을 추월하고 글로벌 점유율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부문 장비와 솔루션 또한 지구촌 곳곳의 통신기술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무선사업부가 차지하고 있는 미래성장동력이 상당 부문 차지하는 이유다.
또한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선보인 간편 결제 삼성페이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 방식 단말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강점으로 국내 누적 결제 2조 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간편 결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해 점차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선보인 갤럭시노트7은 홍채인식 등을 담아 혁신을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신종균 사장으로부터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이은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7을 히트시키며 호평받고 있다.
반면 LG그룹 신성장동력에는 무선사업부 존재감이 희미한 상황이다. LG전자 재직 시절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만들었던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사결정권이 더욱 확대됐고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LG전자의 신사업의 중심은 VC사업부에 있는 셈이다.
상반기 야심차게 출시한 세계최초 모듈폰 G5도 기대와 달리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LG전자 무선사업부는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G5 실패로 올 상반기 영업 손실은 3천500억원이다.
그 결과 무선사업부는 이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했고, MC사업부 인력들은 전장사업부 등으로 재배치가 이뤄졌으며,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존폐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무선사업부 인원수는 1분기 때보다 300명 가량 줄었다고 전해졌다.
다만 무선사업부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해도 LG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사업의 존재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기도 나쁘지 않다.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내놓은 V20의 경쟁 제품들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와 애플 아이폰7이 나름의 고충을 느끼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리콜사태와 실적부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해 12월부터 무선사업부 수장을 맡은 고동진 사장은 상반기 갤럭시S7시리즈의 흥행을 앞세워 2년 넘게 침체기를 겪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배터리 결함을 자사과실로 인정하고 전면 리콜을 선언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기업이미지와 고객과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말았다. 리콜 케어 전략을 발표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추스르고 있지만 교환 여부와 리콜 기간의 공백은 이제 막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으로서 타격이 상당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리콜로 인해 손해 볼 금액이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까지 예상했다.
현재는 갤럭시노트7 리콜 케어 전략을 전면에서 책임지며 3분기 실적으로 이어질 악영향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갤럭시노트7 재판매에 들어간다. 리콜사태의 원인이 됐던 배터리 공급 수단을 교체하고 새로운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노트7 신제품을 판매한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29일 전략형 스마트폰 V20을 출시했다. 상반기 실적부진을 겪으며 G5의 흥행 실패를 만회하고자 오디오 기능을 특화시켜 갤럭시노트7과 버금가는 가격으로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맞불을 놓았다.
지난 해 1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수장으로 취임한 조준호 사장은 G4의 실패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해 시리즈 이름을 바꾸고 V10을 출시했다. 조 사장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조준호폰으로 불렸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에 출시된 오디오기능에 초점을 둔 대화면 스마트폰 V20의 흥행 여부에 따라 LG전자 무선사업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오 음질이나 심플한 디자인, 전후면 광각 카메라 등이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무선사업부 실적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돌아온 팬택
과거 SKY폰 신화를 이뤘던 팬택은 회사가 없어질 위기를 겪었다. 자금난으로 인한 두 번의 워크아웃, 기업회생 절차까지 걸쳐 지난해 10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그러나 4000여명에 육박했던 직원들이 300여명으로 줄어들었고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팬택은 아예 노선을 바꿨다. 2년여만의 복귀 작인 SKY IM-100은 출고가 40만원 대의 중저가 제품으로 출시됐다.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지욱 팬택 사장은 SKY IM-100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100만대 이상 팔겠다는 욕심이 없다”며 “4분기 흑자 전환을 통해 올해 말까지 30만대 팔겠다”는 포부도 동시에 밝혔다.
팬택은 스마트폰에만 의지하는 구조가 아닌 기술기반의 R&D 중심회사로 IoT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10월에는 베트남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단말기를 출시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첫 대상을 저가폰 수요가 높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 잡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종합 모바일 디바이스 회사로의 선언이다.
12년만에 다시 벤처기업 자격을 취득한 점도 눈에 띈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인’에 2018년 7월까지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자 세제를 감면해주고 특허 우선 심사를 제공하는 혜택이다.
결국 문 사장이 밝혔던 팬택의 신성장동력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 스마트폰 판매 물량을 국내가 아닌 해외를 중심으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IoT 통신모듈을 통해 신규 매출 창출에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IoT 통신모듈 시장 도전은 플랫폼 생태계 발전에 기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통신단말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팬택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