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편의점 현금 인출제’에 담긴 속셈은?
[기자수첩] ‘편의점 현금 인출제’에 담긴 속셈은?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0.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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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다음 달부터 편의점에서 물건 값을 카드 결제하고 난 다음에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제도가 시행된다. 예를 들면 편의점에서 1만원 상당의 물건을 산 다음 10만원을 카드로 내고 9만원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 이 현금은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간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결제원의 현금IC카드 결제공동망을 활용한 은행권 공동 캐시백 서비스를 내년 1분기부터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 달에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렇지만 이 서비스가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현금인출기(ATM)가 널리 보급돼 있다. 그리고 캐시백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수수료로 900원을 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캐시백 서비스가 시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이 대량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캐시백 서비스를 하는 편의점들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방범 대책을 갖출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들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인사들은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를 짐작해 보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이 지목한 캐시백 서비스 도입 이유는 △ 은행의 영향력을 낮춰 성과연봉제 등에 대한 은행 근로자들의 저항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같이 약화시키겠다는 것 △은행권에서 내심 원하고 있는 ATM 감축을 위한 준비 △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따른 자연스런 금융관련 공공기관 자리 만들기 등이다. 엄연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야 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통업계도 내심 캐시백 서비스 도입을 원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되면 국민들이 은행을 찾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은행 점포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 성과연봉제 등 은행 인건비 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한 조치가 더 강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로 ATM 감축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자동화기기 수는 지난 2011년 말에는 5만6102대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5만1115대였다. 이는 4987대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 사용 감소로 이용 빈도가 하락하고 있는 ATM을 줄이고 싶어 한다.

세 번째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 자리를 더 만들거나 기존의 자리를 지키려고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당연히 그 제도 운영을 감시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금융권 인사들은 금융 관료들이 이 점도 계산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이나 국민들은 캐시백 서비스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첫 번째 문제가 지금보다 더 큰 액수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 편의점들을 위한 방범대책이다. 

두 번째 문제는 수수료다. 지금처럼 9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할 경우 현금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ATM을 찾아가거나 미리 은행 영업시간 중에 현금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은행들이 ATM을 줄여 많은 이들이 캐시백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900원이란 수수료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캐시백 서비스를 제한된 지역 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고 실효성이 약하면 과감히 제도 시행을 단념하거나 제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캐시백 서비스가 그리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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