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체성 잃은 전경련 어떻게 해야 하나?
[데스크칼럼] 정체성 잃은 전경련 어떻게 해야 하나?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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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 아니 존립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행태를 보면 경제단체의 맏형인지, 정권유지용 정치조직인지 역할이 불분명하다. 1961년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다. 본래의 취지와 달리 정권과의 밀착으로 회원사를 옥죄는 역할도 마자하지 않은 죄다.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논란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 정치적 이슈에 잇따라 연루돼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의심받게 됐다.

한상오 부국장

예전에도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이 알게 모르게 관여해 모은 돈의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모금에 관여한 금액만 774억 원이고, 청년희망펀드 880억 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 원 등이 정권 치적용 사업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문제 제기하는 17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이쯤 되면 전경련이 정권의 편인지, 기업의 편인지 헷갈린다. 어쩌면 누구의 편도 아닌 ‘전경련’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 자체의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전경련 해체’의 목소리가 퍼지는 원인이다.

전경련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국감장인지 전경련 성토장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원인은 한 가지다. ‘정경유착’의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전경련의 이런 행위는 선의와 자율로 포장됐다. 말 그대로 경제단체의 ‘맏형’격으로 재계의 사회적 공헌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순수하게 박수를 쳐줄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그동안 전경련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기업들이 많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정부의 요청을 받고 돈을 걷는 역할을 한다고 얘기한다. 모금하는 자금의 용처를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정리해보면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기업을 상대로 팔을 비틀어 각종 준조세를 걷는다고 볼 수 있다. 개발경제시대의 구태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과거 물밑에서 오가던 검은 돈이 이제는 자율이라는 허울 속에 조금 우아해진 것뿐이다. 음습한 정경유착의 악취를 감출 수가 없다.

전경련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우리나라 권력구조가 퇴화됐기 때문이다. 권력이 스스로 사회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는 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권력 주변부에서 이런 전근대적인 인식을 갖고 기업을 옥죄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은 스스로 피해자로 전락해 권력의 눈치를 보지만 탁월한 수완으로 권력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실속을 챙겼다. 대기업 우선정책이나 면세점 사업권 조정, 주파수 할당, 재벌총수 사면 등이 각종 의혹에 휘말리는 이유다. 결국 초록은 동색인 셈이다.

애써 외면했던 전경련의 정경유착 고리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도화선이 됐지만 켜켜이 쌓인 각종 의혹들이 한꺼번에 터질 모양이다. 전경련은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지자 멋대로 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을 키웠다. 결국 여기저기서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제는 젼경련을 해체하더라도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권력이든, 기업이든 은밀한 유혹을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질없고 공허한 외침이 될지 모르지만 이런 부정한 고리는 과감히 단절해야 한다. 특히 권력의 주변에서 권력 치적용 준조세를 걷는 일만큼은 결코 없애야 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법인세를 더 내는 게 낫겠다고 자조한다. 통치자금 비슷한 준조세를 내는 부담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언제든 기업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기부금 같은 준조세가 있기 때문이란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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