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 전경련도 받은걸까?
‘마천루의 저주’ 전경련도 받은걸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0.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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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관.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과 밀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의원 73명의 서명을 받은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중에 전경련을 겨냥해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3대 법안(일명 전경련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 법의 핵심은 △ ‘비영리법인의 설립·운영 및 감독에 관한 법률안’의 제정 △ 공정거래법 개정 △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민병두 의원은 “최근 불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전경련의 유착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투명성을 통한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것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 의원은 “이번 3법을 계기로 재벌과 정치권력 모두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향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전경련의 현실 = 이렇게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전경련은 재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NICE평가정보 재무제표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전경련의 부채비율은 1442%였고 지난해 부채는 3296억원이었다.

전경련이 이렇게 큰 부채를 갖고 있는 이유는 전경련회관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지난 2010년 4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 전경련회관을 새로 지었다. 2013년 12월 다시 사용이 시작된 새 전경련회관은 지상 50층에 지하 6층의 초고층 빌딩이다. 연면적은 16만8681㎡(약 5만평)다.

새 전경련회관은 층수가 50층이며 246미터이므로 초고층 빌딩에 속한다. 세계초고층학회(CTBUH)의 초고층 빌딩 기준은 50층 이상, 높이 220m 이상이며, 국내 건축법 시행령에서는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 빌딩으로 본다.

몇몇 재계 인사들 중에는 이번 전경련 사태가 전경련 회관 신축 이후에 생긴 일임을 지적하며 전경련도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 건물을 지은 국가나 개인이 건물 완공 이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신축 결과 회관이 훨씬 커짐에 따라 일반관리비가 지난해 200억원을 넘겼으며 이자비용으로 100억여원이 나갔다. 전경련 수익의 거의 대부분은 회관 임대와 회원사들의 연회비에서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경련 회관이 기업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어 공실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측은 공실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경련은 앞으로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몇 전경련 회원사들이 탈퇴함에 따라 그만큼 전경련은 회비를 걷지 못하게 됐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 회원사 9곳이 전경련을 탈퇴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전경련 탈퇴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전경련 유관기관들은 어떻게 되나 = 전경련 홈페이지의 조직도를 보면 전경련 유관기관은 △ 한국경제연구원 △ 전경련 국제경영원 △ FKI미디어 △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자유경제원이 전경련의 산하단체라고 생각지만 자유경제원은 전경련의 산하단체가 아니다. 자유경제원은 전경련으로부터 2000년 독립했지만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자유경제원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 보수 인사들은 자유경제원을 전경련의 유관기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기업들이 회원사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 국제경영원은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FKI미디어는 기업 관련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적을 내는 출판사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경영자문과 중·장년층 재취업 알선 사업을 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이들 유관기관들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크기나 성격을 볼 때 전체 전경련 수익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재계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전경련이 해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경련의 활동이 위축되고 조직도 통·폐합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전경련이 계속 존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유관기관들도 계속 운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래의 전경련은? = 재계 인사들은 전경련이 이번에 정경유착 논란에 휩싸임에 따라 당분간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는 전경련 회원사가 약 60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당분간 많은 회원사들이 탈퇴하더라도 전경련의 존립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재계 인사들은 전경련이 적어도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학술연구, 동반성장, 사회봉사 등에 사업의 초점을 맞출 수 밖 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울러 전경련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회원사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전경련이 소수 특정 대기업만의 이익을 비호한다는 주장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 조직이 관료화돼 있고 참신한 연구 내용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체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허창수 회장이 내년 2월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경련의 지도 체제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전경련 지도체제도 달라질 수도 = 재계 총수들에게 있어 전경련 회장은 맡고 싶지 않은 자리다. 실익은 없이 구설수에 오를 위험만 높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허창수 회장이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면 후임 전경련 회장에 오를 인사를 구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지도체제가 회장 1인이 이끄는 체제에서 집단 지도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어느 한 명이 부담스러운 회장 자리를 맡는 대신 여러 명이 전경련의 각 사업을 분할해서 맡아 이끌어 가는 체제다. 다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여러 명의 지도자들이 논의해서 단일 입장을 내놓는 형식이다.

전경련의 지도체제가 집단 지도체제로 바뀔 경우 다양한 연령대에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이 지도자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 기업인들이 지도부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 재계 일각에서는 허창수 회장 퇴임 이후의 전경련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전경련 체제는 회장이 큰 일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맡아 처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집단 지도체제가 도입될 경우 전경련의 각 부서를 여러 지도자가 직접 지휘하게 되기 때문에 전경련 내부에 관료주의나 무사안일 문화가 발 붙이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전경련이 다시 발전하려면 = 재계 인사들은 대체로 전경련 해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경련이 이번 사태를 딛고 다시 발전하려면 △ 정치 권력과는 거리를 두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준수하는 것 △ 1인 보스가 이끄는 전경련이 아닌 민주주의 전경련으로의 변신 △ 사회공헌 강화와 함께 더 강력하게 중소기업 발전을 지원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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