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하는 휴식] ‘강원도의 알프스’ 홍천 내면 명개리
[걸으면서 하는 휴식] ‘강원도의 알프스’ 홍천 내면 명개리
  • 심봉기 삼거리문화학교 교장
  • 승인 2016.10.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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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 세상의 참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재발견하고 알리는 문화예술공동체 삼거리문화학교는 걸으면서 세상을 배우는 체험학교다. 걷기 체험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비즈니스 개발도 열심이다. 삼거리문화학교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다녀왔다. 

구룡령 마을 숲길 <사진=이세원>

시인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강원도 방언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남쪼루 창을 맹글라 그래요’라고 하지 않을까. 그저 한번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강원도의 매력은 이렇게 투박하면서도 솔직담백함에 있다. 아마 이런 기질은 강원도 어느 산과 들도 한 폭의 산수화가 되는 자연경관에서 비롯됐으리라.

복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천천히 보고 느끼고 먹으면서 ‘힐링’ 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추전하고 싶은 곳이 있다. 일명 강원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열목어마을, 홍천군 내면 명개리가 그곳이다. 원래 이 지역은 양양군 서면지역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조개동, 명지거리, 갈천리의 각 일부와 인제군 군내면 광현리 일부가 병합되면서 1954년 명지거리와 조개리의 이름을 합쳐져 명개리란 이름이 탄생했다. 명개리는 1973년 홍천군 내면에 편입됐다.

벌써 명개리는 가을이 점령해 산자락 군데군데가 단풍으로 불이 붙고 있었다. 홍천군의 동단 맨 끝에 위치한 이곳은 동해안에서 내륙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서울 시청에서 출발해 3시간30분만에 명개리에 도착해 여장을 풀자마자 임정분 이장의 친절하고 간결한 안내를 받으면서 열목어마을 오대산 입구 계곡으로 이동했다.

신기한 것은 호젓한 숲속에 트리클라이밍, 빅스윙 같은 짜릿하고 와일드한 익사이팅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시나마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각종 해먹체험도 특이한 경험을 선사했다. 트리클라이밍은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안전장비를 갖추고 로프에 매달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쉬웠다. 마치 공중으로 걸어 올라가는 듯한 이색적인 경험과 성취감이 특별했다. 빅스윙은 그야말로 신나고 짜릿한 공중그네다. 빅스윙은 로프를 잡고 있는 손을 놓는 순간 마치 새가 되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익사이팅한 체험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쪽잠을 청했던 해먹은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았다. 특이했던 건 5명까지 같이 누울 수 있는 가족용 해먹과 그네해먹이 인상 깊었다.

트리 클라이밍 체험장 <사진=이세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열목어 숲에서 여러 체험 중의 백미는 단연코 명개리 ‘산나물 도시락’이었다. 명개리 산지에서 채집한 각 종 산나물로 구성된 도시락은 무농약, 무조미료, 무냉동의 3무(3無)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도시락답게 그 맛이 깔끔하고 신선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명이나물과, 곰취장아찌 주먹밥은 간이 짜지 않고 슴슴해 야외에서 먹기 안성맞춤이었다. 양이 적어 아쉬웠지만 고추장 더덕구이는 감칠맛을 더 했다. 커다랗고 소박한 계란말이는 트레킹에 앞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영양 공급원으로 한몫했다. 홍천한우로 보기 좋게 말은 산나물 소고기 롤은 먹는 사람들의 감탄사를 연발시켰다. 품질 좋은 홍천한우의 고소함과 명개리 산나물의 쌉싸름함이 어우러진 환상의 도시락이었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구룡령 옛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룡령은 홍천군과 양양군을 잇는 해발 1809m 높이의 고개로 아홉 마리 용(龍)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아흔아홉 굽이를 용이 꿈틀대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길 좌우에 펼쳐지는 울창한 소나무 등이 만들어내는 식생터널은 아름다우면서도 옛길의 구불구불한 선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구룔령 옛길 <사진=이세원>

홍천 명개리 걷기코스는 느린 걸음으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되고 거리는 약 6km에 이르는 산길 트레킹 구간이다. 마을에서 차로 이동해 구룡령 고갯마루를 들머리로 잡고 날머리는 다시 명개리 마을로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계단을 5~6분만 올라가면 바로 능선이 시작된다. 백두대간의 능선이 이렇게 쉽고 빨리 나오다니 신기했다. 풍수에선 산맥이 용이라 했으니 이곳은 용의 등을 밟고 걷는 셈이다. 잠깐 산길을 오르다보면 오르막이 길지 않고 쉬운 길이다. 30분정도 걸으면 구룡령 정상 산마루가 나오고 이곳에서 잠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려오는 중간은 수백 년 된 금강송 사이를 지난다. 숲속 길가에는 다래, 싸리버섯, 겨우살이, 집신나물, 노루오줌, 동자꽃, 투구꽃, 까치수염. 속새 등 그냥 이름만 나열해도 한 편이 시가 될 것 같은 귀한 야생화와 식물들이 지천이다. 걷는 내내 바닥에는 돌 위며 나뭇가지, 수풀사이로 이끼와 양치식물 군락이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인적이 드문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작나무, 참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와 여지까지 보지 못 했던 온갖 동‧식물들의 버라이어티한 생태계를 감상하며 골바람과, 숲의 선선한 기운으로 온 몸을 적시고 내려오다 보니 오아시스 같은 샘이 나온다. 탄산약수인 영골 약수다. 마셔보니 정말 톡 쏘는 탄산수였다. 주머니에 설탕이라도 있으면 푹 타서 사이다처럼 마시고 싶었다. 위장병에 특효라고 해서 그런지 일행 몇 사람은 뒤쳐지면서까지 약수 욕심을 낸다.

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좁고 얕아서 계곡물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좁은 계곡 물길을 건널 때 등산화를 신지 않은 사람들은 미끄러지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구룡령 옛길 숲은 한라산 원시림에 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산길이다. 산기슭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한적하고 고즈넉한 시골길을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저녁식사 메뉴는 그 유명한 삼봉약수로 푹 고은 토종닭 삼계탕이었다. 걷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한방에 위로해주는 감동스런 메뉴임에 틀림없었다. 국물이 깔끔하고 육질이 쫄깃쫄깃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모두들 허기졌는지 말없이 삼봉약수 삼계탕을 폭풍흡입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졌다.

명개리 나물도시락과 삼봉약수 삼계탕은 삼거리문화학교와 명개리 이장님이 공동 기획한 야심작이다. 조만간 나물도시락은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먼저 런칭 할 계획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삼거리 도시락 브랜드가 탄생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홍천 명개리 임정분 이장은 새농어촌 건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해 홍천군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백두대간보호법 소득부문으로 산림청에서 8300만원을 지원받아 비닐하우스를 통한 산채 부산물을 생산 판매하며 소득을 창출하는 등 조용한 산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주인공이다.

홍천에선 빼놓을 수 없는 또 한사람은 한종희 사무장이다. 한 사무장은 홍천군청에서 2008년 퇴직하고 현재는 kbn-tv(대한방송) 강원본부장과 사)홍천군 농촌체험관광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홍천군과 홍천군농촌체험마을의 홍보 및 8개 체험마을을 관리 운영 하고 있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패기가 넘쳐나시는 분이다.

저녁식사 후 모닥불 파티가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렸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루의 밤이 지나갔다.


심봉기 삼거리문화학교 교장 gibong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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