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롯데그룹이 부끄러운 이유
[데스크칼럼] 롯데그룹이 부끄러운 이유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0.31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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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경제에도 곤혹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시장경제에 따르지 않고 정권과 타협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자괴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한상오 부국장

한국경제는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형 재벌기업이 탄생한 동기이기도 하다. 수출주도형 경제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권력과 기업의 유착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여러 곳에서 어두은 그림자를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기업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행태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재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이후 다시 되살아난 관행’이라고 한다. 사라졌던 게 다시 나타난 것인지, 음성적으로 있던 것이 공공연하게 커진 것이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종 출연금이나 펀드 등으로 기업의 자금이 모금된 것은 사실로 판명된다.

최근 최순실씨 개입 의혹이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자금을 강제 모금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선 청년희망펀드가 그랬고,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각종 재단이나 센터 등에는 늘 기업들이 자금을 모아주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2200억 원이 넘는다. 기업들이 투자․융자 보증형태로 7227억 원을 지원한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조 원대에 육박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계한 ‘박근혜정부 권력형 재단 설립 및 모금현황’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서 총 6개 재단과 펀드 등에 2164억 원의 기부금 및 출연금이 모였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 16곳으로부터 각각 486억 원과 288억 원이 모금됐다. 청년희망펀드로 모금된 자금은 총 880억 원에 이른다. 대통령의 기부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250억 원, 현대차는 200억 원을 냈으며 LG, SK그룹이 각 100억 원씩 내놓았다.

뿐만 아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 원과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 원에 들어간 출연금은 포털사업자 네이버가 출연한 기금이다. 네이버는 2014년 시장 지배적 지위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대신 1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는데 이들 재단의 출연금은 여기서 나왔다. 네이버의 상생기금은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최근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큰 위기를 겪었던 롯데그룹은 여기저기에서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특히 K스포츠대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 자금이 정권 실세에 줄을 대기 위한 대가성의 판단 유무가 남아있지만 정황상 불리한 형국이다. 이미 검찰은 3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소진세 대외협력실장(사장)과 이석환 CRS팀장(상무)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검찰의 예리한 칼날을 피했던 롯데그룹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 기업들이 말도 안 되는 사업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대규모 자금을 내놓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투명하지 못한 운영방식 때문이다. 각종 이권 사업에 대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불법 또는 편법 상속과 부동산 투기 등을 근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투명하게 경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아직도 정부주도의 경제 관행에서 이득을 보려는 속셈 때문이다. 이런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한 권력을 등에 업은 탐욕자들에게 우리 기업은 그저 언제든 팔을 비틀면 현금을 토해내는 ‘화수분’일 뿐이다. 롯데그룹의 위기 악순환을 보면서 또 다시 부끄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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