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가 현대증권 소액주주 자산을 강탈했다고?
KB지주가 현대증권 소액주주 자산을 강탈했다고?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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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현대증권이 지난 1일 상장폐지되고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이 통합 KB증권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은 現 현대증권 대표이사와 전병조 現 KB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추천하면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현대증권 자사주 염가 매각’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이사회 결의가 끝난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합병인가를 받게 되고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시행한다. 이 절차들을 마치고 내년 1월 1일 ‘KB증권’이 출범한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4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주식교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주총 결과에 따라 현대증권의 기존 주주들은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 주식으로 교환했다.

단순히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더한 금액은 3조9500억원이다. 이 자기자본 규모를 올해 상반기 말 자기자본 기준으로 비교하면 국내 증권업계 3위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 시너지를 내려면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노조의 상생 노력이 중요한데 현재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KB증권의 출발 과정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현대증권 노조 측 입장 =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노조가 대립하고 있는 대표적 사안이 ‘현대증권 자사주 염가 매각’ 문제다. 현대증권 노조는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의 자사주 7.06%를 시가보다 싸게 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4월 KB금융지주는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지분 22.56%(5380만410주)를 1조25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현대증권 자사주 1671만여주(7.06%)를 1071억원을 주고 더 사들였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KB측이 22.56%지분 매입 시에 지불한 주당 인수가격 2만3000원과 자사주 인수가격 6410원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며 염가 매입 의혹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자사주 염가매각을 판단한 자들 모두가 KB금융지주에서 지명한 사외이사들이었다’라며 ‘국감장에서 허정수 전무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윤종규 회장은 현대증권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것을 알고서도 1조2500억원에 22.56%의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노조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본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감에서 위증을 한 허정수 전무를 당장 해임하라’며 ‘이도 저도 아니면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단 몇 개월 사이에 현대증권을 영업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재무 상태로 만들어버린 윤경은 대표이사는 당장 현대증권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KB금융지주는 대주주의 횡포 및 위계와 협박으로 소액주주 및 현대증권의 자산을 강탈한 대 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자사주 염가매각에 대해서는 주식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노조와 같은 주장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발간한 <노동조합소식>에서 지난달 18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발언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현대증권이 자사주를 매입 가격보다 싸게 팔 이유가 없었는데 염가에 매각했다”며 “이는 KB금융이 내려 보낸 사외이사를 통해 자사주를 신속히 매각하게 종용하게 했기 때문 아니냐”라고 질의했다.

이어 이 의원은 “현대증권은 자사주 매각을 위한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라며 “결과적으로 KB금융지주가 크게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허정수 KB금융지주 전무는 “현대증권이 매각절차 개시 이후 실적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였고 영업이 어려울 정도의 자본상태가 된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증권 이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해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 KB금융지주 측 입장 =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대증권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만일 자사주를 비싸게 주고 샀다거나 노조 말대로 헐값에 주고 샀다거나 하면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며 “주식교환을 발표하고 나서 애널리스트들의 대부분의 반응이 정말 잘된 것이고 좋은 것이라는 반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정수 전무가 국감장에 간 것도 현대증권 문제로 간 것이 아니고 시중금융권 배당성향에 관련된 참고인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위증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측은 “노조 입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만일 우리가 틀렸다면 현대증권 노조 측이 맞았다고 시장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KB증권’ 안정 순항 쉽지 않을 듯 = 현재 현대증권은 뒤숭숭한 상태다. 현대증권 노조 측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서로 다른 직급체계를 가지고 있고 서로 도·소매 정책이 다르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점이 많아 정리를 해놓고 합병을 해야 한다는데 무작정 합병부터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합병이 원만하게 성사되려면 다른 두 조직을 동질화시키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증권 노조는 증권사 노조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노조로 평가받고 있어 KB금융지주가 통합 KB증권을 안정 순항 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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