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임종룡 경제부총리의 ‘일관성’을 곡해한다
[데스크칼럼] 임종룡 경제부총리의 ‘일관성’을 곡해한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1.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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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사령탑이 바뀐 것이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임 내정자는 공직을 떠나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오랜 경제관료 경험과 민간부문 CEO 경험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국회 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유일호 경제팀은 10개월 만에 닻을 내리게 됐다. 유 부총리의 낙마 원인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당초 최경환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초이노믹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의 역할만 주어진 자리였기 때문에 역량발휘를 할 수 없었다는 예기도 나돈다.

임 내정자는 2일 기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공직자는 부름을 받으면 언제라도 응해야 한다”면서 “정책은 진정성과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책철학을 내비쳤다. 정책을 만들 때는 진정성을 담아야 하고, 결정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최순실 리스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임 내정자의 행보를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얘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임 내정자는 유일호 경제팀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일을 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책임자이면서도 정교한 컨틴전시플랜 없이 8월 한진해운을 법정관리 처리해 물류대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많은 ‘친박’표 낙하산들이 금융권을 갉아먹을 때 눈을 감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경제는 한마디로 ‘최악’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를 연상케 한다고 얘기한다. 노동개혁 실패와 대통령 측근 비리 등의 사태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위기를 넘어 ‘응급환자’의 상태다. 지난 10년여 동안 근본적 치료를 외면하고 임시방편의 처방만 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지만 안으로는 곪고 썩어 문드러진 상처투성이다. 이제 하루를 버틸지 이틀을 버틸지 모르는 위급한 상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무너졌고, 준비되지 않은 은퇴자들과 함께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한 번에 무너뜨릴 폭탄이 됐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경제사령탑은 그저 대증요법으로 위기를 덮고 연장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으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미봉책으로 한국경제의 병을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해운업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최근엔 산업 재편 없이 ‘조선 빅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차기정부로 폭탄을 넘기는 방안까지 내놓았다는 비판이 들린다.

임 내정자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곱지 않은 시각으로 해석하면 앞으로 경제정책에 있어서 현 정부 경제팀이 만들어 온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임 내정자는 새 경제팀의 과제로 부채 리스크 관리와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를 꼽고 있다. 12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내년 대통령선거까지만 넘기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제발 이런 시각이 삐뚤어지고 편협한 개인의 치졸한 해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우리경제에 필요한 경제수장은 잠시 고통을 덜어내는 대증치료가 아니라 곪아터진 곳을 과감히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는 근본적인 수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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