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의 '피해자 코스프레' 용납 안된다
[데스크칼럼] 기업의 '피해자 코스프레' 용납 안된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1.0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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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8일 아침, 검찰이 삼성전자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삼성은 최순실과 딸 정유라의 회사 ‘코레스포츠’에 약 35억 원을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자금은 현지에서 승마훈련을 지원할 컨설팅 회사에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건너갔으며, 정씨의 말 구입과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상오 부국장

이날 검찰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대한승마협회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재계는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 위력에 대해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들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출범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24일 삼성 등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면 좋겠다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또 24일과 25일 양일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7명의 대기업 총수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800억~100000억 원의 자금을 모금하려고 했다.

재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부르는데 가지 않을 수 있는 기업오너가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한다. 살아있는 권력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며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도 한다. 기업은 권력에게 부당한 요구를 받고 억지춘향으로 출연금을 낸 죄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일이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로부터 경영퇴진 압력을 받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직접 ‘VIP의 뜻’이라며 압력을 행사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청와대에 밉보여 갖은 고난을 겪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로 전해진다. 조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사임할 때도 청와대의 요구를 문화부 장관이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한진해운의 급작스런 법정관리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 아닐까하는 의혹도 제시된다. 현대상선과 비교할 때 한진해운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심이다.

세상에는 ‘공짜점심’은 없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그저 ‘청와대조폭’과 비선실세의 위세에 눌려 막대한 자금을 내놓았을 리는 더구나 없다. 어떤 형태로든지 빼앗긴 만큼의 반대급부를 요구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검찰 수사가 비선실세의 부당편취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그들과 거래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한 기업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이를 단죄하지 않고는 재계가 부당한 압력에 다시 동조하고 내통하는 역사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어설픈 ‘피해자 코스프레’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길 바란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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