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4년, 금융 공공기관 낙하산에 ‘점령’
朴정부 4년, 금융 공공기관 낙하산에 ‘점령’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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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공연구원, 박근혜정권 정피아 지적…직무능력-전문성 없는 인사 폐해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뜻이 담긴 풍선인형.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인물들의 인사 개입 사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사회공공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실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공직자 윤리법이 시행되면서 관료들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감소하자 이번에는 ‘정피아’들의 공공기관 입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피아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중요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금융 공기업에도 진행됐다.

◇ 금융공기업 낙하산 인사 실태 = 김 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낙하산 인사’를 ‘일반적으로 해당 직위에 걸맞은 직무 능력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정치권력과 관계있는 사람이 해당 직위에 임명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 실장이 올해 9월 30일 기준으로 금융권 낙하산 공공기관장이라고 지적한 인사들은 △ 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이다.

이와 함께 9월 30일 기준으로 금융권 낙하산 상임감사라고 김 실장이 분류한 인사들은 △ 안광복 한국조폐공사 상임감사 △ 최성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 △ 김기석 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 △ 이대용 한국무역보험공사 상임감사 △ 이수룡 중소기업은행 상임감사 △ 공명재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 △ 박병문 한국투자공사 상임감사다.

또 9월 30일 기준으로 금융권 낙하산 상임이사로 김 실장이 분류한 이들은 △ 유기현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가 있다. 관료 출신이면서 금융권 기관장을 맡고 있는 이로는 △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장) △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기획재정부 국고국장) △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금융위원회 상임위원) △ 홍성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 △ 김순철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중소기업청 차장) △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이 있다.

◇ 낙하산 인사로 나타난 폐해 = 낙하산 인사로 인해 조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수출입은행이다. 이덕훈 행장은 한빛은행과 우리은행 행장을 역임하기는 했지만 시중은행 행장 출신으로 수출 촉진 지원을 하면서도 견실한 경영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수출입은행 행장 직을 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93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행장이 2014년 3월부터 수출입은행 행장으로 일한만큼 수출입은행 부실과 관련해 이 행장의 책임이 크다.

기술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조직 자체가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경우다. 경제계에서는 조직이 잘못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낙하산 인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보와 신보의 대표적 문제가 한계기업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보와 신보가 한계기업에 제공한 보증잔액은 1조1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12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보와 신보에서 받은 한계기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두 기관의 한계 기업 보증잔액은 1조100억원이었다. 기보는 7552억원이었으며 신보는 2548억원이었다.

제윤경 의원은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도 함께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두 기관이 한계기업과 좀비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고 일시적으로 어려운 기업의 회생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보와 신보는 두 기관이 합쳐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기관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대상 보증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을 합칠 경우 그만큼 낙하산 인사를 줄일 수 있다.

박병문 한국투자공사 상임감사의 경우 2014년 6월부터 감사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물러난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경우 감사원 감사 결과 투자 과정에 부당 관여하고 사장으로 재직할 때 위탁운영사 선정 중 후보사로 참여한 딸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를 방문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났다.

감사결과를 보면 안 전 사장은 절대수익펀드 위탁운용사 선정과정을 진행하고 있던 지난해 1월 자신의 장녀가 펀드 가격설정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A사를 직접 찾아 절대수익펀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면서도 A사가 최종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런 안 전 사장의 행동에 대해 한국투자공사의 투자·자산운용에 필요한 공정성과 객관성에 타격을 줬다고 판단했다.

안 전 사장은 2014년 12월에는 투자 검토 중인 회사가 경영 중인 프랑스 파리에 있는 호텔의 로열스위트룸(1박 2100만원)에 숙박하고 지난해 5월에도 투자 검토중인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홍콩 소재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1박 1469만원)에서 숙박했다.

본래 안 전 사장은 각각 1박에 98만원, 26만원짜리 방을 예약했었다. 이 방을 투자 검토 대상 회사가 최고급 객실로 전환해줬지만 안 전 사장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호화 해외 출장 의혹과 관련해 국외여비 집행실태를 확인하고 안 전 사장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총 29회의 출장(출장비 2억5158만원)을 갔으며 하루 평균 54만원을 숙박비로 썼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감사는 사장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박 감사의 경우에는 안 전 사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그릇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못했다. 박 감사는 ‘감사 아닌 감사’였던 셈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박 감사는 지금까지 감사로 일하고 있다.

◇ 금융공기업에 ‘금융 판 히딩크’를 보내야 = 현재 금융 공기업 대표 자리 중 비어 있는 자리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다. 내년 1월 13일에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임기가 만료되며,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은 내년 3월 5일까지 근무하면 임기가 끝난다. 기업은행 행장도 다음달에 퇴임하고 홍성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도 다음달 8일까지가 임기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다음달 11일이 임기 마감일이다. 

박병문 한국투자공사 상임감사는 내년 6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수룡 기업은행 상임감사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인 관계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는 내년 8월에 임기가 끝나며 안광복, 최성수, 김기석, 이대용 감사는 올해 임명됐다.

경제계와 금융권 인사들은 이제 금융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순실 게이트’가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엄단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비선 실세나 권력자에게 청탁해서 이권을 챙기려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인사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인 ‘낙하산방지법’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행 행장 선임 조건 수준이 높아지며, 금융권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은 경제가 불안해 금융 공기업의 건전한 경영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실태’ 보고서를 만든 김 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2년 전에 비해 낙하산 인사가 더 심해졌다”며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지 않게 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하며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한 대통령 등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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