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망국적 부패 ‘한국병’ 못 고치나?
[데스크칼럼] 망국적 부패 ‘한국병’ 못 고치나?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1.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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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데이] 한상오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에게 우리 기업들은 써도 줄지 않고, 넣기만 하면 각종 보화가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이었다. 그들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 각종 인사비리까지 저질렀으니 말 그대로 ‘농단’이다.

한상오 부국장

검찰이 2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5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 원을 제공했다. 774억 원이란 규모에 눈이 번쩍 뜨이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공헌 또는 기부, 후원 등의 이름으로 낸 돈이 1조1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18개 대기업과 현대중공업, 효성,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으로 확대할 경우 그 돈은 2조2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미 언론에 발표된 돈만 어림잡아 계산해도 2조2503억 원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774억 원, 청년희망펀드 880억 원, 기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 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 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출연금 100억 원, 평창 동계올림픽후원금 7800억 원(9월말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융자․보증금 7227억 원, 세월호 성금 942억 원, 태풍 치바 성금 233억 원(5대그룹),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4137억 원(5대그룹) 등이다.

여기에 현대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요구에 따라 최순실 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은 11억 원,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밀어준 62억 원 상당의 광고, KT가 밀어준 68억 원 상당의 광고는 별개다. 또한 삼성이 승마와 관련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35억 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지원한 16억 원 등 ‘+알파’를 합치면 192억 원이 불어난다. 이를 모두 합치면 22개 대기업의 2조2695원으로 천문학적 숫자다.

검찰은 20일 5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제공한 774억 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판단하자 관련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해당 기업들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정권 실세의 요구에 불응하면 각종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관련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몸을 사리고 말을 아낀다. 검찰의 수사발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언급이 빠진 삼성, 한화, CJ는 어떤 후폭풍이 올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앞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국회에서는 8대그룹 총수들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같은 날 각각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들 총수와 다른 날 박 대통령을 독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재계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이 요구하는데 그것을 묵살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종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현안문제들에 대한 청탁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애초에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은 정부주도의 산업발전을 이뤄왔던 과거에서 탈피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계획경제로 특수 산업을 육성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면서 성장해온 우리 경제의 불합리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 탓이다.

우리 경제계에는 세금은 아니지만 기업이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돈을 준조세라고 부른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른 각종 부담금, 사회보험료, 강제성 채권 등이 포함되지만 준조세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다.

다행히 준조세는 대부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비교적 투명하다. 문제는 사회공헌이나 후원, 기부 등의 이름으로 기업의 팔을 비틀어 걷어내는 각종 자금이다. 겉으로는 기업의 선의를 강조하지만 법적 테두리 밖에 있어 항상 부패와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규모에 놀라기 바쁘다. 정치권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외교, 안보에까지 그 영역의 다양함에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최순실 대통령’이 참 많은 일을 했구나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7일 ‘최순실 게이트’를 대통령과 기업, 측근들이 함께 만들어 낸 한국 특유의 정치부패사건으로 ‘한국병(Korean disease)’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대로 고질적인 부패인 ‘한국병’이 역대 정권에서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이 뼈아프다. 대기업의 사회공헌과 기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기문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권의 반강제적 기부금 요구를 막는 ‘제2의 김영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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