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생(相生)과 기생(寄生)
[기자수첩] 상생(相生)과 기생(寄生)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11.28 15: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 = 강경식 기자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55세 이상 고령층 인구 10명중 6명은 생활비 보탬을 위해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생계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 고령층 대다수의 자발적 노동이 필요한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 통계의 특이한 점은 정부가 통계를 통해 언급한 고령층의 범위가 55세까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젊은 고령층의 빈곤화는 자영업자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줄어든 정년에다 장기불황은 젊은 퇴직자들을 쏟아내고 있다. 통계청이 고령으로 분류한 55세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쩔 수 없이 퇴직 이후 새로운 돈벌이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가장들의 증가는 자영업자도 늘려놓았다.

쉬운 창업과 높은 기대수익은 프랜차이즈의 강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페이지에 소개된 프랜차이즈 업체 대부분은 퇴직금 수준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 프랜차이즈 협회에서 볼 수 있는 가맹사업 업체 대부분은 초기 투자 비용의 배에 달하는 연 평균 매출액을 보여준다.

문제는 달콤한 유혹뒤에 가려진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빠져있는 것이다. 폐업률보다 치명적인 부분은 동종업계의 성장비율이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편의점 브랜드 빅3의 매장은 2만개가 넘는다. 수백개의 커피 프랜차이즈도 수만개의 매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디를 선택하든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 쥬씨를 필두로 한 과일쥬스 프랜차이즈는 우후죽순처럼 자라났다. 공통적인 사항은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을 베이스로 한 대용량 쥬스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7월 825호점을 개업한 쥬씨와 같은 저가의 생과일 쥬스 전문점은 조만간 이천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결국 쥬씨의 가맹점사업자로써 보유했던 특장점은 획일화된 브랜드의 출시에 따라 옅어지고 있다. 가맹점주에게는 쥬씨를 선택하던 다른 생과일쥬스 브랜드를 선택하던 같은 상권 안에 조만간 비슷한 가게들이 잇따라 개점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가맹사업비의 목적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평균 매입 비용까지 명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가맹금의 종류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7개에서 12개의 항목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기타비용의 항목을 가장 크게 잡고 있으며 이 기타비용의 세분화 된 항목에 대해서는 계약 직전에 가서야 확인이 가능하다.

기타비용에는 인테리어와 조리기기 등 사업 준비를 위한 전반의 비용이 대부분 들어 있다. 그러나 회사가 선정한 업체의 시공과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깨끗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부 업체는 이에 대해 일괄 구매를 통한 단가 낮추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품명을 들고 포탈 사이트를 조금만 뒤져봐도 이런 주장은 가치가 없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평균 매출액은 버젓이 공개하고 있으나 점주들의 평균 매입비용에 대한 안내는 빠져있다. 1년 매출액이 얼마인지 보여줄 것이라면 1년 매입액은 또 얼마나 드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예비창업자에게 권장하는 매장의 규모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는 평균 인건비와 상하수도 및 전기세 등 필수 비용에 대한 내용은 빼놓은 상태에서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원부자재의 공급에 대한 평균 비용이 얼마인지, 평균 매출액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평균 인건비와 매장 유지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로열티에 대한 부분이다. 어렵게 입수한 몇몇 업체의 프랜차이즈 계약서를 들여다 보니 로열티의 지급 방식 변경에 대해 회사쪽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른 변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말은 회사의 경영 상태에 따라 매월 고정적인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에서 판매금액의 일정 퍼센트를 로열티로 내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일부 업체는 실제로 로열티 지불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몇 년전 만 하더라도 기업윤리의 화두로 상생이 주목받았다. 동반성장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구하는 가치도 기업과 소비자, 혹은 하청과 원청, 본사와 가맹사업자 등 함께 성장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걸쳐 가맹점사업자의 수익창출을 회사의 성장으로 바라보는 기업을 찾는 일은 실로 어려웠다.

이에 본지는 <내부거래 백태>와 함께 또 다른 기획인 <프랜차이즈 인수분해>를 준비했다. 업체별 특장단점과 함께 실제 창업에 앞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불공정 조항들을 정리하려 한다. 당신의 창업이 상생이 될 것인지, 프랜차이즈 업체가 당신에게 기생하도록 놔 둘 것인지에 대한 이지경제의 명확한 답변을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