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부문, 그룹 위상 안맞게 '존재감 미미'
롯데그룹 금융부문, 그룹 위상 안맞게 '존재감 미미'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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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 불구 롯데손보 등 금융업 초라해...그룹차원 투자 필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롯데손해보험 빌딩.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검찰 수사로 곤욕을 치른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의 자금과 연관이 있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위상과는 다르게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금융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거대한 유통 계열사들을 갖고 있는 등 금융업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고 있지만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오늘 = 롯데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카드이다.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중 맏형 격인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은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지급여력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올해 3분기에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미 지급 보상 처리 중에 손해율이 크게 올라간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대형 손보사들은 모두 좋은 실적을 올렸다. 삼성화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38억100만원이었으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0.8% 늘어난 것이다. 삼성화재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556억원이었다. 이것은 전년 같은 기간의 7097억원에 비해 6.5% 증가한 금액이다.

현대해상의 3분기 순이익은 1379억원이었으며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36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2333억원과 비교하면 44.4% 늘어난 것이다. 동부화재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증가한 181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KB손보는 63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손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7억원 순손실을 냈지만 이번에는 흑자를 냈다.

시장에서는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대형 손보사 외에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중형사들도 손해율 개선에 따라 3분기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소비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지면 손해율도 높아진다.

롯데손보 측은 올해 상반기에 ‘자동차보험 보상 미결감소 캠페인’을 시행해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사고 보상 미해결건을 줄이고 보험금을 조기에 지급하기 위해서 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건수를 빼면 손해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며 4분기 실적은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롯데손보 측의 설명이다.

롯데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캐피탈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80억원이었다. 280억원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9% 증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의 올해 1~9월 누적순이익은 982억원이었다. 지난해 1~9월 롯데캐피탈 누적순이익은 769억원이었으며 올해 누적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7% 늘었다.

캐피탈업계 1위(자산기준)는 현대캐피탈이며 2위는 롯데캐피탈이다. 아주캐피탈이 3위로 롯데캐피탈을 추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60억원이었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순이익은 2522억원이었다. 지난해 1~9월 현대캐피탈 누적순이익은 2299억원이었으며 올해 누적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다.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14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에 166억74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해 3분기 순익 239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0.5% 줄어든 것이다. 직전 분기(465억500만원)와 비교해서는 66.4% 줄었다.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은 862억4천900만원이었다. 이것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9.94% 줄어든 것이다.

롯데카드 측은 “경영에 문제가 있어서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들을 보면 하나카드, 삼성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의 실적이 양호했다. 하나카드의 1~3분기 당기순이익은 593억300만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순익(253억8500만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카드는 1~3분기 중 2837억48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9% 늘어난 것이다.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도 각각 누적 순익이 1355억4400만원과 5322억200만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0.3%와 2.04%증가한 것이다.

반면 업계 2위인 KB국민카드는 2353억9100만원으로 17.37% 감소했고 우리카드(923억9100만원)는 8.16%, 현대카드(1535억8500만원)는 5.88% 감소했다.

실적이 양호했던 카드사들은 비용을 철저히 줄였고 영업과 마케팅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금융업에 관심이 많았다. 신 회장은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았고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1982년부터 1988년까지 근무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은 금융업 확장을 주도했다. 2008년에는 대한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해 롯데손보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동양카드를 사들여 롯데카드를 만들었다. 롯데캐피탈은 1995년 롯데그룹이 ‘부산할부금융’이란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 롯데 금융계열사 성공하려면 =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손보 상품의 경우 시장 평판은 좋다. 한 보험설계사는 “롯데손보 상품은 현재 손보사 상품 중 가장 공격적인 고객 위주의 상품”이라고 평가하고 롯데손보가 “인기있는 회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 인사들은 롯데손보가 히트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나 홍보,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보험 사업을 번창시키고 싶다면 지난번에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나섰던 것처럼 과감히 보험사를 인수합병해서 보험사의 덩치를 키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캐피탈 업계에서 2등이기는 하지만 자본금 1665억원, 지난해 영업이익1217억원을 기록한 회사로 규모가 작다.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와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어 튼튼하게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을 중요한 자금 비축기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캐피탈이 일본 등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오거나 일본 롯데 자금을 한국 롯데로 이동시키는 파이프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금감원이 만든 ‘2016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나온 총 이용액(신용카드+체크카드+기업구매+국세납부)로 카드사들의 순위를 매겼을 때 롯데카드가 7.1%로 8위였다. 롯데그룹이 상당한 규모의 유통채널을 갖고 있고 롯데카드를 운영한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롯데카드는 시장점유율이 업계 상위권에 있지 못한 형편이다.

신용카드 업계 인사들은 롯데카드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국내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므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하고,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들의 해외 매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그룹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기존의 금융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롯데그룹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 같은 금융계열사 확장은 긴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롯데그룹에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할 때 호텔롯데가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게 넘기거나 자신이 매입해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 당장 지주회사로 가는 것은 어렵다”라며 “지주회사로 갈 때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문제는 차근차근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를 번창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그룹 차원의 투자와 관심이란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등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고 세계 각국에 유통채널을 갖고 있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금융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군다나 롯데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통해 벤처기업들도 육성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 금융계열사에 핀테크 및 빅데이터 등을 사업아이템으로 하는 벤처기업을 접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록 롯데그룹이 여전히 ‘최순실 게이트’ 바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계열사를 강화하는 것은 신 회장의 주요 미래 과제 중 하나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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