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묵은 논쟁, 해묵은 핑계
[기자수첩] 해묵은 논쟁, 해묵은 핑계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12.0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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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림 기자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분양비리, 투기과열 등이 부동산 시장 핵심 키워드로 입가에 오르내리면 매번 등장하는 대안이 있다. 시장 주기가 돌 때마다 논의됐으며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후분양제 도입이다. 후분양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모두 완공한 뒤에 분양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겠나’는 논리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부동산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공급을 위한 건설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하는 건설업이나 건축업, 분양업 등 주택산업의 침체, 민간의 투자 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사실상 폐지됐다.

반대로 선분양제는 승승장구했다. 주택업체는 텃밭이 확보되면 착공과 동시에 분양보증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한다. 계약부터 입주까지 2년 이상 소요되며 그 사이 청약금, 계약금, 중도금 등을 입주자가 납부하게 된다. 

주택업체에서 모두 부담했던 건설비용을 민간으로 일부 돌린 것이 유효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하기 때문에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됐고, 활발해진 자금 유동성을 통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몰린 투자자로 인한 땅값 인플레이션, 지역별 부익부빈익빈 현상, 분양권 불법전매투기 급증 등은 ‘말도 안 되는 시세’를 낳았다. 후분양제 도입 요구가 또 다시 수면위로 오르게 된 계기다.

건설사들의 반대도 이해가 된다. 건설업계는 현 정책에서 후분양제의 도입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자금 조달구조로 제로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훌쩍 커버린 산업의 핵심 자금 유동 구조를 갑자기 변경하는 것은 옳지 않기도 하며 흔치 않은 일이다는 입장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된다면 늘어나는 기업부채, 건설 현장을 가동하기 위한 기회비용, 완공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눈앞에 보이지 않은 리스크가 발생한다. 주택이 완공됐지만 입주자의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구두 예약이라도 받아야할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건설사가 건설비용 전액을 선부담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제도화된다면 대규모 단지 개발이나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건설업체는 사라질 것"이다고 말한다.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내수 경제의 퇴보를 부연한다.

반면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민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서민들은 대출을 받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아파트값이 10억원인 시대에서 반대의 핑계를 민간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상 해묵은 논쟁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만큼 정확한 주기를 가진 시장도 없다고 말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주기를 타고 있는 중이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규제 강화 차례이니 기다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주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건 분명하다. 시장의 오르락내리락이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단위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완화시키면 투자수요가 늘어나며, 강화시키면 실수요자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수치상 사실이다. 다만 집값의 오르락오르락은 함정이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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