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경유착을 단절하시겠습니까?
[기자수첩] 정경유착을 단절하시겠습니까?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12.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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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림 기자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얼굴 보기가 연예인보다 어렵다는 9대 기업 총수가 한 자리에 모인 6일 국조특위 1차 청문회는 여러 의미로 가관이었다. 9명의 오너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은 일평생 볼 수 있을까 말까한 광경이었고 한결같은 청순한 답변, 실무자를 입에 올리지 않는 막중한 책임감 등은 국민들을 개탄스럽게 만들었다.

‘국회는 바뀌지만 기업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내 굴지 기업들의 총수의 민낯은 기대 이상으로 뻔뻔했다. 대기업집단이라고 불리는 국내 대표기업들은 세습형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기틀을 마련한 창립자의 아들 내지 손자가 현재 기업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 총수들의 ‘청와대의 요구를 어떻게 거절하겠느냐’라는 답변은 돌이켜보면 이해가 간다. 선대 회장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요구의 주체인 청와대가 첫 번째 문제지만 기업 총수들의 무책임한 답변도 문제다.

과거 5공 청문회 때 전두환 전 대통령 주도의 일해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이 문제시된 바 있다. 28년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금 역시 대가성이 없었다며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고 정부의 공익적인 사업에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라는 의미는 좋다. 그러나 출연기금에 비례하는 반대급부에 따라 기업의 인수합병 문제 해소나 사업권역 규제 완화, 주체 획득 등 해당 기업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듯하다.

반대로 국내 신발사업이 성장하고 있을 때 프로스펙스, 나이키 등을 주문제작하며 당시 재계 7위까지 올랐던 대기업이 채권 문제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경우도 있다. 故 양정모 당시 국제그룹 회장은 “자고 일어났더니 기업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국제그룹은 일해재단의 기금출연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5억 원을 출연했고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보냈다.

이후 국제그룹이 제 2금융권에서 2000억 원이 넘는 어음을 회수한 게 해체의 도화선이 됐고 1985년 2월 제 1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릴 때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국제그룹은 해체됐다. 해체 2개월 전인 1984년 12월 정부가 국제그룹에 대한 금융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린 것은 2003년 법원판결 후 사실로 드러났다.

시대는 변했고 검찰과 국회, 언론만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내성이 생겼다고 하지만 구시대적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2016년에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을 때 돌아오는 충격은 여전하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습니까?”
“...”

한국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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