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벌써 불거진 ‘추경편성’ 당황스럽다
[데스크칼럼] 벌써 불거진 ‘추경편성’ 당황스럽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2.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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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새해를 맞이하기도 전에 2017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얘기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40조 슈퍼예산’이라며 ‘확장적 예산 편성’이라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한상오 부국장

새누리당은 23일 당정협의에서 정부에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금부터 추경을 준비해서 내년 1분기에는 추가예산 편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뿐만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전망에서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에라도 추가편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고,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정부의 재정 정책이 완화적이지 않다’고 말해 추경편성의 필요성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추경 편성의 요구가 벌써부터 거센 이유는 내년 경기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 주요 기관들은 이미 2% 초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조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해야 하지만 지금의 예산만으로는 그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2017년 예산집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추경이 요구되는 데에는 먼저 정부의 불명확한 예산안편성이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세울 때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본예산)은 전년대비 3.7%로 잡았다. 이는 올해 2.9%보다 높지만 2011~2015년 4~5%대의 증가율과 비교할 때 낮은 수치다. 특히 올해 추경을 포함한 지출액 398조5000억 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은 0.5%에 그친다.

특히 추경예산 요구는 이미 관행화 된 ‘나쁜 버릇’ 때문으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추경을 편성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려면 재정집행이 앞서야 한다는 논리였지만 불과 3개월에서 6개월 앞의 경기흐름조차 전망하지 못하는 예산안이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힘들 것 같다.

현 정부가 반복적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예산안을 짤 때 다음해 경기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았다가 예산 집행 때에는 성장률 등을 낮춰 예산이 모자란다고 하는 방법이다. 당초 경기전망을 합리적으로 했더라면 불필요한 일을 경제정책 수행 성적표나 국민 여론용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내년 예산을 세울 때 정부는 2017년 실질 경제성장률 3%에 물가 상승률 1.1%를 합한 경상 성장률을 4.1%로 잡았다. 올 하반기부터 여러 기관들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보다 훨씬 높게 잡은 것이다. 결국 연말이 다가온 지금 대부분의 주요 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이 2%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에서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정치권의 요구에 ‘1분기 지난 시점에서 검토할 내용’이라고 한발 뺏다가 ‘요구가 강해지면 검토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추경편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단지 버릇처럼 굳어져버림 추경의 관행을 단절해야 한다는 점은 상기해야 한다.

우선 추경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추가편성 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중대한 변화와 법령에 따른 추가 지출 발생과 지출 등으로 정하고 있다. 내년도 추경편성 과정에서 이런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추경예산을 어떻게 쓸지도 명확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예산 집행이 적재적소에 집행되지 못하고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추경 편성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여 고민이 거듭되고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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