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연구] 유리천장 부숴버린 장영신 애경 회장
[CEO연구] 유리천장 부숴버린 장영신 애경 회장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2.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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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여성 경영인...목표 설정이 성공 출발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2011년 카이스트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요즘 애경그룹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재계에서 애경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애경그룹 실적 호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는 제주항공이다. 애경그룹 사업부문 중 화학이나 부동산, 백화점 부문은 성장 폭이 낮지만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매출 2217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의 올해 매출액을 7400억~7500억원, 영업이익은 620억~7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14억원이었으며 올해는 영업이익이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위기를 뛰어넘은 여장부 = 이렇게 그룹의 신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제주항공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경그룹의 힘이 있었다. 애경그룹의 힘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에게서 나왔다. 1970년 애경의 채몽인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회사를 채 창업주의 아내인 장 회장이 이끌게 됐다.

1972년 장 회장이 본격적으로 애경 경영에 나섰을 때 애경은 크지 않은 회사였다. 이런 회사를 장 회장이 오늘날 6조원 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대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장 회장이 이렇게 위기를 뛰어넘고 애경그룹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었다.

◇ ‘목표’의 중요성 = 장 회장은 항상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목표 없는 삶은 목적지 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는 게 장 회장의 생각이다. 목표를 갖고 살라는 것은 흔하고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대중들 중에 뚜렷한 목표를 갖고 사는 이들은 흔치 않다.

장 회장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집념을 발휘했기 때문에 애경그룹을 건설할 수 있었다. 작가 그레그 레이드는 “꿈을 날짜와 함께 써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위기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자신의 꿈을 목표로 전환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위기에서 탈출했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 장 회장은 대중들에게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은 무조건 대중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자 한다. 그렇지만 성공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장 회장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기에 오늘날 성공할 수 있었다.

장 회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애경은 1970년대 말에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화장품 업계의 후발 업체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던 색조 화장품 사업에 주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색조 화장품 분야는 경쟁자가 너무 많은 레드오션이었다.

장 회장은 이런 현실을 보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냈다. 그것은 ‘클렌징’이었다. 당시 화장품 업자들은 화장을 지우는 문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장 회장은 달랐다. 장 회장이 클렌징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소비자들이 화장을 지우는 것은 피부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고 결국은 클렌징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그리고 여성들이 피부를 건강하고 싱싱하게 해주는 화장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생각하고 미국 폰즈 사와 기술 제휴를 해서 ‘콜드크림’과 ‘바세린 로션’을 내놓았다.

장 회장은 화장품 유통망과 관련해서도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80년대 당시 화장품은 주로 백화점, 화장품 전문매장, 방문 판매를 통해 주로 팔렸다. 문제는 이 유통구조에 애경 화장품을 내놓을 경우 단가를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 회장은 슈퍼마켓과 약국에서도 애경 화장품을 팔기로 했다. 애경의 콜드크림과 바세린 로션은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애경이 백화점을 갖고 있지만 당시에는 애경이 유통채널을 갖고 있지 못했다. 화장품 시장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었다. 그렇지만 장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결국 창의적인 생각을 해냈다.

◇ 여성들은 자신과 경쟁하라 =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남성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장 회장은 여성들에게 남성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의 방식으로 겨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받기 원하면 먼저 신뢰해야 하며 여성적 감각이 시장의 강자를 만든다는 것이 장 회장의 철학이다.

남성들도 마찬가지지만 여성 경영인들이나 직장인들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장 회장이 애경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년 만인 1973년 10월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이듬해 유류가격과 전기요금이 각각 82%와 30% 올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삼경화성(現 애경유화)에 원료공급이 중단됐다.

여성은 약할 지 몰라도 어머니는 강한 법이다. 장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급여도 줘야 했고 자신의 자녀들도 키워야 했다. 장 회장은 한국에 있던 미국 화학업체 걸프사 사장을 찾아가 “삼경화성은 앞으로 한국의 석유화학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양사의 이익을 위해 일본 미쓰비시가스케미컬사와 물물교환을 할 수 있도록 중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 회장이 이렇게 강하게 돌진하자 트리오 등 애경 대표 상품의 수출이 뚫렸다. 이렇게 해서 당시 삼경화성이 살아났다.

◇ 조서환 사장과 애경그룹의 장애인 고용 노력 = 장 회장은 이렇게 용감한 여장부이지만 사회적 약자에게는 따뜻한 온정을 베풀었다. 대표적 사례가 조서환 아시아태평양마케팅 포럼 회장이다. 조 회장은 군복무 중 사고를 당해 오른손을 잃었다. 그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차에 애경에 지원했다.

애경 면접에서도 탈락한 그는 다시 면접장으로 달려 들어가 “국가유공자를 우대한다면서 왜 나를 떨어뜨린 것이냐. 내가 비록 손으로 하는 일은 다른 사람보다 못해도 영어는 잘할 수 있다. 나 대신 다른 장애인은 채용해달라”고 항의했다.

이 항의를 들은 장 회장은 조 회장을 채용했고 조 회장은 애경산업 마케팅 상무와 KTF 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도 애경그룹 계열사들은 사원 채용 시 장애인을 관련 법령에 따라 우대하고 있다.

◇ “포기하지 마라” = 한국에는 성공한 여성 CEO가 흔치 않다. 그래서 장 회장의 성공사례는 전국의 여성 경제인들이나 직장인,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장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배울만한 점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가졌다는 점이다. 갑자기 남편이 타계해 기업경영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을 떠맡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일쇼크가 닥쳐 눈앞이 캄캄했어도 장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의 자살율이 OECD국가 중 1위다. 성공이나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인생까지 포기하고 있다. 장 회장은 쉽게 포기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면 지레 단념하는 현대인들에게 용기있는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장 회장은 여성의 성공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부숴버린 위대한 여성이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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