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결산-자동차] 완벽한 승자는 없었다
[업계결산-자동차] 완벽한 승자는 없었다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12.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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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로 시작해 그랜저로 끝난 2016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올 한해 D세그먼트 시장에서 벌어진 대전의 승자는 결국가려지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SM6가 등장하며 술렁이던 D세그먼트시장은 쉐보레 말리부의 출시와 동시에 혼돈에 빠져들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택시와 렌터카 등 법인 판매를 통해 판매량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고, 소비자에 주력했던 SM6와 말리부는 기아자동차 K5의 점유율을 빼앗으며 목표치에 근접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 사이 E세그먼트 시장에선 목표치를 초과하며 시장 리더로 자리잡았던 기아차 K7의 왕좌는 11월 선보인 현대차의 그랜저로 이양됐다. 하지만 경차시장에서 기아차 모닝은 수년간 지켜왔던 1위 자리를 스파크에 내주고 말았다.

내수시장에서 그간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왔던 현대기아차는 경쟁업체들의 강력한 공격에 차종을 막론하고 점유율을 내주기 시작했다. 결국 11월에는 마지노선이던 내수점유율 60%가 붕괴됐다. 이 사이 티볼리의 흥행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온 쌍용차는 내년 새로운 대형 SUV를 선보이며 SUV 명가의 부활을 예고한 상황이다.

현대차 “새로운 그랜저는 반전 카드가운데 하나일 뿐”

올 해 현대차는 노조의 장기 파업과 자연재해, 내수부진, 내부고발, 최순실게이트 등이 잇달아 터지며 ‘다사다난’ 또는 ‘최악의 한 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역대 최장 기간동안 벌어진 장기파업은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언급할 정도로 현대차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파업이 한창이던 10월 태풍 차바는 울산에 폭우를 쏟아 부어 출고차량 수백대를 침수시켰다.

지난 달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역차별과 이미지 손상에 따른 내수부진은 강력한 경쟁업체의 신차효과에 의해 점유율을 떨어뜨렸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나란히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했다. 특히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과 관련해 특검수사가 종결될 때 까지 정 회장에 대한 의혹은 이어질 것이다. 그 사이 등장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신을 더욱 크게 불러 일으켰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로 재 탄생한 ‘제네시스’는 순조롭게 자리 잡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쏠라티’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현대차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최악의 10월을 지내고 출시한 ‘신형 그랜저’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불러냈고 쏘나타의 독주는 막을 내렸지만 법인차 시장에서 여전한 수요를 확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그랜저의 시장 호응은 기대이상”이라며 “내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과 디자인을 변경한 LF쏘나타,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의 새로운 모델에도 기대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또 경쟁없이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포터와 아반떼AD의 인기는 연말까지도 여전했다. 다만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실패는 자율주행차로서 재도약에 성공할 때 까지 변수로 남을 것이다.

K5내준 기아차 ‘니로’와 ‘모닝’이 열쇠

K5의 올해 성적이 두고두고 아쉬운 까닭은 예견된 부진이기 때문이다. D세그먼트는 현대기아차의 독주를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반대로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D세그먼트 점유율은 경쟁업체의 견제가 가장 강력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과 쉐보레는 가성비를 무기로 꺼내들었다. SM6와 말리부의 등장으로 K5는 출시 1년만에 낡고 작고 기본옵션이 부족한 차가 돼버렸다.

기아자동차의 K5 하이브리드. 사진=기아자동차

그간 이 세그먼트의 성패는 4인 탑승을 기준으로 공간과 디자인, 인테리어, 동력성능과 엔터테인먼트 및 가격과 정비망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델이 성공해왔다. 쏘나타의 장기 집권과 K5의 성공은 최근 현대기아차의 디자인과 사용 연료에 따른 세분화를 이끌어 냈다. 특히 K5는 두 개의 디자인을 동시에 내놓았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LPG, 디젤까지 선택 가능한 연료방식을 나눴고, 두 개의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비하면 SM6와 말리부는 단촐하다. 가솔린 위주의 구성에 각각 디젤과 하이브리드 라인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옵션과 인테리어, 공간활용, 주행성능에 주목했다. 옵션을 간소화해 추가 비용의 발생을 줄였고, 다양한 선택 대신 동급 이상의 인테리어와 공간을 제공했다. 기존 모델을 뛰어넘는 주행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가격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 냈다. 부족한 정비망을 품질로 대신했고, 눈에 띄는 인테리어 옵션을 통해 최하급을 구매해도 깡통차로 보이지 않게끔 만들었다.

결국 치명타는 K5가 맞았다. 한때 중형 세단을 양분했던 입지는 올해 동급 4위로 내려 앉고 말았다.

기아차의 반전은 하이브리드 모델 ‘니로’에서 시작됐다. SUV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쏘렌토와 스포티지의 바통을 잘 이어받았다. 니로는 현재 하이브리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별개의 모델이지만 아이오닉의 단점을 보완해 올해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출시 후 6년만에 선보이는 모닝의 3세대 풀체인지가 예정돼 있다. 8년만에 경차시장 선두를 스파크에 내준 모닝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준중형에 버금가는 인테리어를 내세워 1위 탈환에 나선다.

또 기아차는 첫 스포츠세단 CK(프로젝트명)를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BMW 3 시리즈와 4 시리즈를 비롯해 아우디 A5 스포트백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CK는 K6또는 K8이라는 이름으로 K7과 함께 준대형 시장의 돌풍이 될 전망이다.

말리부와 스파크의 쌍끌이

쉐보레가 내놓은 말리부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말리부의 안착은 한국지엠 브랜드 전체를 견인했다. 한국GM은 올해 1~11월까지 자동차 판매 내수시장 점유율 9.9%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2007년 시장 점유율 10.3%를 달성한 이래 마의 장벽이 됐던 내수 점유율 두 자리가 눈앞에 있다. 12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어 한국계 CEO인 제임스 김 사장의 연초 공언이던 10% 돌파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말리부와 함께 한국GM을 이끌은 모델은 스파크다. 8년간 내줬던 경차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며 두 자리수 점유율 달성의 공신이 됐다.

올해 쉐보레는 7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했다. 내수 시장에서 모델의 다양화는 브랜드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내년 상반기 '신형 크루즈'와 순수전기차 '볼트(Bolt) EV'가 출시되면 쉐보레의 라인업은 현대‧기아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소비자 선택의 범위를 넓혀 필요와 용도 선호에 맞는 차를 팔 수 있게 됐다.

다만 신형 모닝의 출시는 부담스럽다. 올해 스파크는 두 종의 새로운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는 전략을 통해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스파크의 성공 비결이 경쟁 모델의 노후화를 기반으로 내놓은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성의 개선속도를 빨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차 전쟁이 한참 불이 붙었던 지난 8월 기아차와 한국GM은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내걸며 적극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디자인과 사은품이 아닌 성능과 인테리어의 격돌이라면 내년에도 1위자리를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SM6 ‘게임 체인저’가 되다

또 다른 한국계 CEO인 박동훈 사장의 취임 첫 해 르노삼성은 유럽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거친 ‘탈리스만’의 한국형 모델 SM6를 출시했다. 박 사장과 르노삼성은 SM6의 탈 세그먼트에 주목했다. 동급 이상을 발현하는 SM6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고, SM6는 D세그먼트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사진=르노삼성자동차

1월부터 11월까지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는 총 9만7천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했다. 12월까지 판매량을 합하면 목표를 초과 달성해 11만대 판매라는 쾌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SM6가 D세그먼트 세단 시장에 지각 변동을 불러 일으켰다면, 연달아 출시된 QM6는 D세그먼트의 SUV시장을 강타했다.

기실 르노삼성의 라인업은 SM3, SM5, SM7의 세단 라인과 QM3, QM5 등의 SUV로 구성돼 경쟁업체에 비하면 조약했다. 특히 QM3를 제외하고는 동급 선두를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했었다. 쌍용차와 총 판매량을 경쟁하는 만년 4등 자리가 르노삼성의 몫이었다.

그러나 SM6와 QM6의 연이은 출시는 르노삼성 브랜드의 성장을 일궈냈다. 르노삼성은 2017년 내수 시장 3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특히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소형 해치백 모델 '클리오'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1990년 첫 출시이후 유럽에서 천만대이상 판매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신형 프라이드와 전면 경쟁이 예고된 상황.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만약 클리오가 내수시장에서 순항한다면, 르노삼성의 업계 3위 탈환도 충분히 가능하다. 르노삼성의 유일한 약점은 SM6와 QM6의 보완재가 부족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그먼트를 탈피한 매력과 성능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르노삼성의 약진은 내년에도 계속 될 전망이다.

티볼리의 약진. Y400 SUV 명가 부활의 신호탄

쌍용차는 티볼리의 약진에 힘입어 티볼리 에어의 시장 안착을 이끌어 냈다. 티볼리의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는 실내 공간 부족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결국 출시 2년이 채 안된 티볼리는 내수 10만대를 돌파했고, 쌍용차 흑자전환의 1등 공신이 됐다.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에어. 사진=쌍용자동차

특히 티볼리는 디자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세련된 외관과 준수한 성능을 무기로 내세웠고, 20~30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의 티볼 리가 우락부락한 SUV가 아닌 ‘예쁜 차’로 자리 잡았다면, 티볼리에어는 커진 차체만큼 스포티함을 어필하며 더 많은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다행스러운 상황은 아직 티볼리를 위협할만한 경쟁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니로가 분전하고 있지만, SUV의 감성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티볼리와 경쟁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쌍용차의 성패는 내년 현대차의 소형 SUV출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엑세트의 후속으로 소형 SUV 크레타(ix25)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인도에서만 4만5605대를 판매한 크레타의 국내 출시는 현대차에게 내수 회복의 기회이자 쌍용차에게는 가장 주의해야할 상대가 될 것이다.

다만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에 최고급 대형 SUV모델 Y400의 출시를 예고했다. 2016 파리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렉스턴의 후속모델 Y400은 국산차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컨셉카의 풀질을 양산차에서도 유지할지는 의문스럽지만 모하비가 갖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 대한 도전과 SUV 명가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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