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은행인생’ 마감한 권선주 행장
‘40년 은행인생’ 마감한 권선주 행장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2.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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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성 금융권 리더는 김성미 부행장, 김해경 부사장 등
이임사를 읽고 있는 권선주 전 행장.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권선주 전(前) 기업은행 행장이 27일 임기를 마치고 기업은행을 떠났다. 권 전 행장은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기업은행에서만 근무했다. 권 전 행장은 여성 은행장 1호였으며 기업은행 여성 대졸 공채 1기 출신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을 떠나면서 그는 건전성 유지와 자본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글로벌 진출도 더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김도진 신임 은행장을 중심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을 당부했다.

권 전 행장은 2013년 12월 30일 취임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기업은행 행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퇴임했다.

◇ 2014년 = 유리천장을 깨고 등장한 권 전 행장은 2014년 1월 여성 부행장을 발탁했다. 이때 권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기업은행 여성 부행장이 된 인물이 김성미 부행장이다. 2014년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1위(22.5%)를 지켰으며 핀테크와 기술금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2015년 = 권 전 행장은 지난해 1월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칭찬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권 전 행장이 기술금융 및 핀테크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권 전 행장은 지난해 5월 영화 <연평해전> 통장을 내놓았으며 중소기업 육성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영화, 드라마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영화의 경우 <수상한 그녀>, <관상>, <명량>, <국제시장>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 2016년 = 올해 권 전 행장은 총선 출마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성과연봉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권 전 행장은 기업은행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권 전 행장 연임설도 최근까지 흘러 나왔지만 결국 연임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 권 전 행장이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 = 권 전 행장의 업적 중 첫 번째는 양호한 실적이다. 2014년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1조320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조15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3분기까지 순이익이 9494억원이었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올해도 충분히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권 전 행장은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기업은행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기업은행은 대출의 80%이상이 기업대출이라는 점도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은 6% 늘었지만 가계 대출은 1.2%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존재 목적이 중소기업 지원인만큼 기업대출이 많은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세계 경제가 더욱 불안해지고 불황이 거세지면 중소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기업은행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진 신임 행장도 취임사에서 △ 외환, IB, 신탁 등 비이자 수익 확대 △ 스마트 뱅킹, 핀테크 분야 개척 지속 △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해외이익 비중 20% △ 은행과 자회사 간, 자회사 상호 간 시너지 강화로 비은행부문 비중 20% 등을 제시하며 특정 분야나 업종에 매출이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권 전 행장 뒤 이을 여성 금융계 리더는? = 권 전 행장 이후 여성 은행장이 빨리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성 은행장이나 금융 공기업 사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은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이다. 내년 조기 대선에 따라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임기가 남아있는 금융 공기업 사장도 낙마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김성미 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 종료되지만 최고경영자(CEO)급 여성 인재가 많지 않아 앞으로 다른 금융사 CEO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IBK자산운용, IBK캐피탈, IBK신용정보 등 자회사 사장들의 임기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이들 계열사 중 한 곳의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 기업은행 계열사 인사의 경우에도 이번에 내부인사가 기업은행장으로 발탁된 것처럼  현재 정국 분위기 때문에 기업은행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기업은행 계열사 대표로 선임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홍열 IBK자산운용 대표의 임기는 10월 종료됐으며 유석하 IBK캐피탈 대표와 김정민 IBK신용정보 대표의 임기도 이달에 마감됐다. 아직 후임자는 선임되지 않은 상태다.

KB금융에도 여성 대표이사가 등장할 전망이다. 27일 KB신용정보는 김해경 현(現) KB신용정보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KB신용정보는 채권추심업 불황이 길어짐에 따른 금융계 신용정보회사의 수익성 악화 등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김해경 부사장을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김해경 후보는 KB국민은행의 강동지역본부장, 북부지역본부장 등 주요 영업총괄 업무를 맡았었으며 중장기 관점을 갖고 조직정비를 할 수 있는 합리적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씨티은행에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있다. 다만 박진회 현(現) 행장이 내년 10월에 연임될 가능성이 높아 유 부행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행장이 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권 전 행장이 남긴 교훈 = 권 전 행장은 기업은행 행장으로 재임하면서 빛나는 업적을 남겼지만 한계도 있었다. 국책은행장이었기에 정부의 성과연봉제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했고 그에 따라 노조와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여성 은행장이 나온다면 민간은행보다는 양성평등 시대 조류에 부응하려는 국가 정책과 여론의 영향을 받는 국책은행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성과연봉제 갈등과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이는 국책은행이 아닌 금융공기업이나 민간금융사에 여성 CEO가 나와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나올 여성 CEO가 권 전 행장처럼 성과연봉제 같은 정부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사전에 노조와의 충분한 소통을 해둬야 하며, 여성 CEO 스스로 많은 공부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과 사업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갈등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갈등이므로 CEO가 새로운 이익을 줄 수 있다면 올해 있었던 성과연봉제 갈등과 같은 일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권 인사들은 대표적인 여성 금융계 리더였던 권 전 행장 뒤에 여성 금융계 리더의 자리를 잇고 있는 인물들이 지금 해야 할 일로 △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과 새로운 먹거리(사업)발굴을 위한 공부 △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히 파악하는 것 △ 새해를 맞으며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해 보고 자신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을 제시한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여성 금융계 리더들이 지금 노력해 두면 앞으로 더 좋은 위치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성 대통령, 여성 은행장 1호가 배출됐지만 여전히 금융계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선진국 여성들이 자신들의 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지위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권 전 행장은 떠나면서 김성미 부행장과 김해경 부사장, 유명순 수석부행장과 같은 여성 금융계 리더들에게 금융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더욱 높이라는 과제를 주고 떠났다. 이들은 이 과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인물들이며, 이런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금융권의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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