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계가 정유년 새해부터 불편한 이유
[데스크칼럼] 재계가 정유년 새해부터 불편한 이유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1.04 11: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새해를 맞았지만 재계는 아직 불편하다. 지난해 장기 불황에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까지 본격화되면서 일부 기업총수들은 좌불안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특검으로부터 출국을 금지당한 오너들은 해외출장마저 취소했다. 연말과 연초에 주력 계열사를 챙기거나 해외 출장을 통해 경영 트렌드를 점검하는 등 오너들의 경영활동 폭도 좁아졌다.

한상오 국장

재계의 각오와 전략을 담은 신년사도 대부분 보호무역 이슈와 정치리스크 등 넘쳐나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맞춰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를 읽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각오도 내치쳤다.

하지만 재계가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 중 첫손을 꼽는 게 있다면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일 것이다. 20대 국회 출범이후 활발히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법은 기업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이다. 경제민주화법으로 분류되는 성실공익법인제도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공정거래법, 상법, 법인세법, 유통산업법 등 다수의 경제민주화법안들이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헌법 제119조 2항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과 함께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힘을 얻은 야권이 최근 박대통령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이 속속 드러나면서 더욱 공고한 지형을 다지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가 불편한 이유는 현재 국회에서 대기 중인 법안들 가운데는 기업의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법안이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강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근간이 되고 있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면 4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분할 시 자사주를 소각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도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 보험사 자산운용 비율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55%를 대부분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이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탄탄히 해왔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예상되면서 경제민주화 법안은 대선 공약과 당론으로 보다 구체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업들도 이런 상황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불투명한 정치 일정이 재계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점점 힘을 받고 있는 개헌의 태풍마저 분다면 재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타격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개헌과정에서 경제민주화법보다 강도 높은 경제정책과 기업 규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년 새해부터 재계는 각기 다른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