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를 위한 카드? '적자'보면서 VVIP카드 유지하는 까닭
0.05%를 위한 카드? '적자'보면서 VVIP카드 유지하는 까닭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7.01.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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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런 이미지로 회원들 ‘이미지 메이킹’ 유혹
▲ 현대카드 블랙 <사진=현대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이지경제] 김창권 기자 = 현대카드가 VVIP카드의 최대 연회비였던 200만원을 넘어선 상품 출시를 앞두면서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VVIP카드의 경우 돈이 많다고만 해서 가입되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카드를 보유한 고객들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더 비싼 연회비를 통해 자사의 카드가 최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연회비 250만원의 VVIP카드인 ‘더블랙2(가칭)’ 약관심사를 신청했다. 신청 이후 1년여간의 약관 검토가 이어졌고, 올해 1월 들어 현대카드가 수익성 분석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한 만큼 금감원이 이달 말 약관을 수리해 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더블랙2’의 경우 현대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더블랙’을 업그레이드한 카드로 연회비가 기존보다 50만원이 더 비싸다. 이 같은 VVIP카드의 연회비는 평균 100~200만 원으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VVIP카드로는 현대카드의 ‘더블랙’을 비롯해 삼성카드의 ‘라움 오’, KB국민카드의 ‘탠텀’, 하나카드의 ‘클럽1’ 등은 모두 200만원이다. 이외에도 신한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도 연 100만 원에 달하는 VVIP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VVIP카드의 특징으로는 연회비 이상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인데, 기존의 카드에서 볼 수 없었던 바우처와 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컨시어지(Concierge)는 ‘성의 촛불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비서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외국 출장을 갈 때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주거나, 모르는 지역에서 현지 숙박이나 레스토랑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이 서비스가 주로 이용된다. 과거에는 호텔에서 안내를 받는 서비스로 한정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VVIP 마케팅에 나서면서 여행과 쇼핑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권을 구매하면 비즈니스 클래스를 퍼스트 클래스로 좌석을 무료 업그레이드 해주거나 동반자 1인의 항공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카드사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비용이 일반 카드 이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더블랙2’의 약관수리에도 1년여 시간이 걸렸다. 앞서 2005년 현대카드가 연회비 100만원의 VIP카드를 처음 내놓은 이후 업계에서는 연회비의 최대 6배까지 부가서비스 혜택을 늘리는 등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2012년 금융당국에 제지에 나서면서 서비스 혜택이 손익 분기점에 맞춰 축소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회비 인상에 따른 부가서비스가 과도하지는 않는지와 여신법 위반 등을 검토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고 최근 어느 정도 조정선이 맞춰져 약관을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VIP카드를 통한 고급화 전략

업계에서는 이런 VVIP카드의 실효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VVIP회원들이 사용하는 카드 사용 금액이 일반 회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고 연체율 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회원 수나 사용 금액 등은 일체 비밀에 붙이고 있다.

카드사들이 VVIP카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는 수익성보다는 ‘상징성’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카드들은 돈이 많은 자산가라고 해도 그냥 발급해 주지 않고 자체 심사 등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카드를 발급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사를 통과해 카드를 발급 받는 사람들은 중견기업 등의 최고경영자나 고위 공무원, 유명 인사 등의 회원들이 주를 이룬다. 이에 VVIP카드를 보유한 것만으로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메이킹에도 영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더블랙’의 1호 고객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었다는 점은 아무나 가입되지 않는 점 등이 부각돼 타 회원들이 카드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자부심 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전월 사용실적인 1500만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카드사들은 자사의 VVIP카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상징성’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라고 해서 무조건 손해를 보지는 않고 수익구조에 맞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그러나 VVIP카드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수익보다는 타 사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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