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특검의 예리한 칼날이 안겨줄 선물
[데스크칼럼] 특검의 예리한 칼날이 안겨줄 선물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1.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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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특검의 예리한 칼날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특검은 삼성 등 정경유착의 고리를 밝히는 데 주력하면서 관련 기업 오너들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한상오 국장

‘재계의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그동안 관례였던 수사팀과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조사실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2015년 7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움직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준 대가로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 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을 송금한 것과 그해 10월∼이듬해 3월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후원한 게 뇌물이라는 논리다.

또한 특검팀은 최씨가 설립 과정에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204억 원의 출연금을 낸 것도 뇌물공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청와대 인근 안가 단독면담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조사를 토대로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한 뒤에 SK와 롯데 등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상은 SK와 롯데가 손꼽힌다. SK와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111억 원, 45억 원을 출연했다.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 현안이 있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SK와 롯데에 현안 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SK 회장이 박 대통령 측과 사면을 두고 거래한 정황이 특검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영태 부회장이 최 회장의 사면 전 교도소에서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했고, 이 파일에는 박 대통령 측이 최 회장에게 사면해줄 테니 미르와 K스포츠재단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받은 정황이 담겼다고 알려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SK측은 최 회장이 사면 받을 당시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특검 수사로 인해 최 회장의 리더십에 차질이 생기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절심함을 숨기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 원을 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전액을 돌려받은 롯데에 대해서는 특검팀이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3월14일 자리에서 면세점 특혜를 약속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혜를 받기는커녕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한데다 지난해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승인 가능성도 신 회장이 독대하기 전인 3월 초에 이미 언론에서 거론됐던 것으로 특혜를 받은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을 정면조준하면서 뇌물죄 적용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들과의 불법 거래에 대한 증거들이 필수적이다. 경제계에서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소환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계에 악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전화위복의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해외무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시달렸던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요소들을 떨쳐버리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1000만 촛불’에 대해 연이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격렬 시위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축제처럼 평화롭게 진행되는 ‘촛불혁명’에서 새로운 한국에 대한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조의 폭력시위’에 대한 인식으로 투자를 꺼렸던 해외투자자들이 놀라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시위가 축제처럼 변했다’고 전달했고 AP통신은 ‘놀라운 변신, 평화가 한국 시위의 특징이 되다’라고 타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자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개혁이 이뤄진다는 데에 돈을 걸었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저평가된 주가, 탄탄한 경제기반, 실적 개선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지금은 대통령과 삼성 같은 재벌기업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혼란스럽지만 이번 사건이 경제 개혁을 단행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과 국민은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지부진했던 재벌 개혁의 동력이 만들어내고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통해 투명한 경제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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