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칼럼] 김성미와 실라 베어
[금융칼럼] 김성미와 실라 베어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1.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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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실라 베어 같은 여성 리더 나와주길
김성미 부행장(왼쪽)과 실라 베어(워싱턴대 총장). <자료=기업은행, Thatcher Cook for PopTech>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IBK기업은행(기업은행)이 한국 금융계와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여성 금융계 리더를 많이 배출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에서는 여성 최초 시중은행 행장인 권선주 전(前)행장이 나왔고, 이날 임기가 종료되는 김성미 부행장이 나왔으며 이번 기업은행 인사에서 세 번째 여성 부행장인 최현숙 부행장이 나왔다.

기업은행에서 여성 부행장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금융권 여성 임원은 여전히 희소하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권 전 행장이나 김 부행장에게는 금융권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 

한국이 금융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서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부패에 빠져 들 확률이 낮고 여성만의 특성이 금융산업에서 활용되면 금융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분야 세계 최강인 미국은 한국에 비해 고위급 여성 금융인들의 움직임이 훨씬 활발하다. 대표적인 미국 여성 금융인은 달라 무어 전 레인워터 최고경영자(CEO), 마조리 매그너 전 시티그룹 CEO, 실라 베어 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장 등이 있다. 실라 베어 전 의장은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했으며 예금보험공사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실라 베어 전 의장은 미국이 금융 위기를 맞았을 때 예금자들을 보호했고 과감하게 부실은행 수 백 개를 정리했다. 그녀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대형 금융사가 받는 규제의 수위를 상향시켰고 주택담보 대출도 제한했다. 그녀가 미리 취한 조치들은 금융위기 때 올바른 행동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라 베어 전 의장은 2013년 ‘정면돌파’라는 책을 썼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몇몇 미국 초대형 은행 경영진의 무능과 일부 미국 금융사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 등을 비판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여성이 조직을 이끄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조직 경영에 성공한 여성들이 매우 많고, 남성에 비해 여성은 부정부패에 빠져들 확률이 낮다.

실라 베어 전 의장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워싱턴대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도 실라 베어 전 의장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리더들이 필요하다. 권 전 행장이나 김 부행장이 ‘한국의 실라 베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김 부행장은 기업은행 계열사나 다른 금융사의 CEO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여성 금융인을 대표하는 인물이 될 것이다. 김 부행장은 35년 동안 기업은행에서 근무하고 이날 임기를 마친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서 3년을 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김 부행장은 남성 직원들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35년 간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고, 조윤선 장관이 국가적 여성 리더의 위치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김 부행장의 마무리는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김 부행장이 이날 기업은행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지만, 이것은 새 출발로 이어질 것이다. 아직 김 부행장은 젊기 때문에 실라 베어 전 의장처럼 금융공기업의 CEO가 될 수도 있고, 금융과 관련된 정부 부처를 이끄는 관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권 전 행장은 출산 하루 전에도 출근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사실 잘못된 일이다. 김 부행장은 앞으로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금융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여성 금융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고 ‘한국의 실라 베어’가 되어 한국 여성 금융인이 우수하고 정직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줬으면 한다. 위대한 여성 금융인이 늘어날 수록 금융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할 것이며, 그에 따라 한국의 금융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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