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경제 “입춘대길(立春大吉)”
[데스크칼럼] 한국경제 “입춘대길(立春大吉)”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2.02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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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한국사회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혼란은 대통령 탄핵으로 번졌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정치의 불신이 결국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를 만들었고 제대로 돌아가야 할 정책들마저도 동력을 잃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지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한상오 국장

지난 몇 달간 한국사회는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한편의 시대활극을 보는 것처럼 몽롱하기까지 하다. 누구 말대로 ‘이러려고 우리가 열심히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 불확실성에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만큼 답답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곰곰이 되짚어 보니 원인은 부패 만연과 몰염치로 추려진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평등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서 사회 전체가 곪아터진 것이다. 반칙을 하면서도 창피해하기는커녕 그것이 힘이고 능력이라고 자랑하는 몰염치의 사회가 병폐의 원인이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내놓은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조사(C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3점으로 전년보다 3점 하락했다. CPI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의 점수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가 되려면 70점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35개국 중 29위, 조사 대상인 176개국 중 52위 수준이다.

이는 국가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매력이 떨어지는 역할을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발가벗겨진 한국 기업들의 부정부패 고리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당한 기업 활동보다는 권력과의 은밀한 유착으로 특혜나 바라는 집단으로 이미지가 추락됐다.

부패는 이권이나 금전적 이익이 처벌 등 치러야 할 비용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기업들이 대부분 기부금을 납부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것은 처벌 위험보다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익은 삼성의 경우 경영권 승계, 다른 대기업은 총수의 석방이나 비리혐의에 대한 관대한 처벌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들이었다.

부패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금보다 강화된다면 이번과 같은 대형 게이트는 재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재벌 총수에 대한 처벌은 재판단계에서 집행유예, 형집행 과정에서 사면 등으로 비교적 가벼웠기 때문에 부패가 만연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GDP의 3% 정도가 뇌물에 사용되는 것(2013년 기준)으로 추산했다. 부패수준이 낮은 국가와 높은 국가 간의 경제성장률 차이는 0.6~1.4%P까지 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65%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견했다. 정부가 수출 증진과 내수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부패만 줄여도 비슷한 수치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는 4일은 봄을 알리는 입춘이다. 입춘을 앞둔 시점에 겨울의 더께를 털어내듯이 경제적 비관론을 덮을만한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제조업 BSI가 지난 달 보다 3p 오르며 1년9개월 만에 최고치인 75를 기록한 것이다. 여전히 100 이하로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이 많지만, 예상을 깨고 상승으로 나타난 것은 경제적 비관론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지만 신선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을 타고 우리 경제도 새봄의 활력이 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항상 봄바람을 기대하듯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지만 신선한 바람이다.

이제 고질병이 돼버렸지만 부패를 줄이고 청산할 수 있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훈풍이 불게 될 것이다. 부패청산과 재벌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분노, 체념 등을 낳을 수 있지만 지금 겪는 혼란을 잘 수습하고 성공적으로 넘기면 선진국형 성장모델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경제는 부패 청산만으로도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경제 심리를 뒷받침할 정책을 내놓고 경제주체들도 패배감을 극복하고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하면 예측 불가능했던 경제는 회복의 새바람을 타고 올 것이다. 이렇게 다시 가슴속에 글귀를 걸어본자. 한구경제, 입춘대길.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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