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경련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데스크칼럼] 전경련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2.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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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생존이 걸린 이사회가 내일로 다가왔다. 전경련은 지난해부터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 개입 등 권력 유착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해체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확인 된 국민정서는 전경련이 정경 유착과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한상오 국장

전경련은 그동안 조직 등의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얘기했지만 눈에 띨 만큼의 성과는 없어 보인다. 조직의 개혁은커녕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 인선도 매끄럽지 않다는 전언이다.

전경련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만든 ‘경제재건촉진회’가 전신이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란 이유로 기업인들을 구속하자 이병철 회장이 국가 산업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창립된 것이 ‘경제재건촉진회’이다. 이후 전경련은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지만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금의 전경련 위기는 지난 역사의 오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것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의 대변자로서 시대의 흐름을 일기보다는 비대칭적인 재벌체제 강화에 매달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을 하더라도 재벌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17일 오전으로 예정된 전경련 이사회는 전경련 56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행사다. 만약 이날 이사회 자체가 무산된다면 스스로 와해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사회를 하루 앞둔 이 시점에서도 이사회가 무사히 치러질지 예단하기가 어렵다. 이사회에서 주요 안건들이 의결돼야 24일 총회를 통해 힘을 받을 텐데 자칫 잘못하면 이사회 성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12월 27일 LG는 4대그룹에서 가장 먼저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고 전경련의 창립멤버인 삼성도 탈퇴를 결정했다. SK그룹은 이사회 개최 이틀을 앞둔 16일 탈퇴에 가세하면서 현대차그룹만 남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도 공식적으로 탈퇴를 밝히지는 않지만 이전 같은 활동은 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탈퇴 논의를 하고는 있지만 올해부터 회비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비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탈퇴나 다름없다.

10대 그룹도 회장사인 GS그룹을 제외하고 모두 이사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롯데그룹,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진그룹 모두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고, 두산과 신세계그룹도 불참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대규모 불참을 예고하면서 다른 회원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기가 곤란해졌다. 이사회의 주요 안건이 지난해 결산과 올해사업과 예산안 의결, 회비 등의 결정인 만큼 이사회 참석이 올해에도 전경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상 전경련을 비리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이 만연한 가운데 이사회 참석은 각 기업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수도 있다.

전경련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110여 개의 회원사 중 과반수의 참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된다. 주요 그룹사의 계열사가 모두 불참하고 추가로 오지 않는 다른 회원사까지 합해질 경우 이사회 과반수 참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회 안건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24일로 예정된 총회도 자연스럽게 순연 내지는 취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의 재건이나 개혁을 위해 회장으로 선 듯 나설 재계 인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전경련 관계자들은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하마평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스스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보다 큰 문제는 전경련이 그동안 4대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기에 이들의 빈자리가 조직을 추스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전경련의 한 해 운영비가 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4대그룹이 부담하는 연회비 비중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전경련의 구조나 사업을 최소 절반이상 드러내야 하는 비상상황인 것이다.

어차피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고 새롭게 탈바꿈을 해야 하는 전경련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17일 이사회로 볼 수 있다. 회원사의 총의를 모아 작금의 사태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이사회와 총회인 셈이다. 56년의 전경련이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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