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은행권 조였더니 2금융권 '풍선효과'
가계부채, 은행권 조였더니 2금융권 '풍선효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2.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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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화 효과보다 빚의 질만 악화...정부 2금융권까지 관리 강화 나서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우리나라 가계빚이 1300조원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증가액도 140조원을 상회하며 11% 넘게 올랐다. 여기엔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의 호황이 한 몫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키겠다며 지난해부터 실시한 은행 대출 규제가 오히려 제2금융권에게 호재로 작용한 모양새다.

▲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계부채는 1344조2793억원으로 2015년 4분기(1203조992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잔액이 1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증가율도 2006년 4분기(11.8%)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비은행권 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제2금융권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년대비 42조6230억원(17.1%)으로 2015년(22조4459억)보다 89.9% 올랐다. 제2금융권의 총가계대출잔액은 291조2554억원이다.

보험기관 역시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5767억원을 기록하며 대폭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증가액 8조687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반면 은행권은 둔화세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분기 17조3687억원에서 3분기 17조2420억원, 4분기 13조4962억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도입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같은해 8월·11월에 연달아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자 규제 영향이 적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진 ‘풍선효과’라는 것.

여기에 작년 대규모 아파트 분양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25%)가 겹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중심으로 대출이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지난해 4분기 주담대 증가액은 7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조2000억원 늘었다.

제2금융권이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만큼 가계부채 안정화는 커녕 빚의 질만 하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금융당국 측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과도기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증가액은 의도대로 감소했고 내달부터 비금융권까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21일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금융위 측은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인한 판매신용 확대와 보험사·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취급 확대 등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확대요인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 8월·11월 시행된 후속조치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위 측은 풍선효과라는 지적에 대해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비금융권에도 확대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앞두고 일어난 일시현상이라는 것. 비은행권에 여신심사 체계가 갖춰지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하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또 서민과 대출 실수요층에 대해 저금리·분할상환 정책모기지 공급을 확대해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넘어간 대출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울러 이번에 가계대출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보험사·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 기관에 대해 위험성 상황을 중점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이야 말로 더욱 더 위험성관리 강화 및 취약차주 보호에 신경써야 한다”며 “당국도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정책대응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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