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계부채가 소비를 늘린다고요?
[데스크칼럼] 가계부채가 소비를 늘린다고요?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3.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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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44조3000억 원을 넘었다. 지난 1년 새 141조2000억 원이나 늘었다. 늘어난 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상승 폭이 1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은 심각한 시그널이다. 정말 우리 경제가 감당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상오 국장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과도한 부담으로 소비가 둔화하고 저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만큼은 아니며 오히려 요즘 같은 수요확대 국면에서는 소비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7일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채무상환에 큰 무리가 없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차원의 위험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23일 이주열 한은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을 설명하면서 시장금리의 상승압박과 대내외적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염려되지만 가계부채 상환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밝힌 것도 괘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국민경제 수준에서 가게부채를 봤을 때 금융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아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갚는데 쓰이는 금융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45.3%로 2010~2015년 평균 45.9%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근거다. 가계부채 증가원인으로 지목되던 주택담보대출이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고 평균 잔존만기가 장기화 되는 등 질적으로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지난 1일 발표된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의 ‘가계부채의 모든 것’ 보고서도 이런 주장과 같이한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자산의 증가 규모가 부채증가를 압도하고 있어 소비여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가계 평균자산(2016년 기준 3억6000만원) 증가액이 1500만원 정도였지만 평균부채(2016년 기준 6600만원)는 399만원 상승에 불과했다는 것도 수치적 근거가 됐다.

또한 보고서는 가계의 자산과 소득이 늘어나거나 부채보유의 수준이 높을 때 소비가 증가한다면서 지금의 가계부채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 부채의 자산증식 레버리지 효과로 구매력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론적으로는 아주 틀린 주장은 아니다. 가게부채 총량이 늘었지만 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하면 채무상환 능력은 아직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소득분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기초한 가게의 소득‧순자산 분위별 금융부채를 살펴보면 부채상환 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상위 40%인 4분위, 5분위 계층에 전체 금융부채의 70%가 몰려있다. 소득이 나쁘지 않은 4, 5분위 계층이 채무불이행 위험도가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기초로 가계부채의 채무상환 여력이 괜찮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가계부채 비중의 30%는 소득이 낮고 자산보유 정도가 높지 않은 1분위, 2분위, 3분위에 나눠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한다. 이들은 채무상환 부담이나 채무상환으로 기본 생활을 위한 소비가 곤란한 계층이다.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환부담이 자산보유액 보다 크지 않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개인별 수준에서 보면 가계 빚을 갚지 못할 사람은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빚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은 전체적인 수준만 보는 쪽과 세부적인 상황까지 감안하는 쪽의 시각차이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양호한 70%보다 열악한 30%에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곱절이상 크다는 점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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