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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살보험금이 남긴 교훈 '신용과 신뢰'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자살보험금’을 둘러싸고 3년 간 벌여온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생명보험사들의 싸움은 결국 금감원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소멸시효(2년)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방패삼아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생보사 ‘빅3’은 금감원의 서슬 퍼런 철퇴에 결국 백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3일 한화생명은 1분기 정기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안건을 의결했다. 637건에 총 910억원에 달하는 지급규모다.

앞서 삼성생명 역시 지난 2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규모는 3337건에 원금과 이자를 합한 1740억원이다.

생보 3사에 대한 징계가 발표된 날,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결정에 ”전례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대법원의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는 금감원의 강력 대응과 해당 기업 CEO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중징계는 확실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긴 하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자살보험금 건을 무겁게 다뤘다는 반증일 것이다.

보험에서 ‘약관’은 보험사와 소비자의 맺은 약속이다. 보험 업무는 이 약관을 근거로 이뤄진다. 보험 가입자는 약관에 따라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험사는 약관에 명시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물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의 약속은 절대 아니다. 비용을 지불하는 ‘갑’의 입장인 소비자는 ‘슈퍼 을’인 보험사가 요구하는 조건과 약관에 부합하고 동의해야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이후에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의 실책이나 약관 위배 사항을 주도면밀하게 살핀다. 오죽하면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경위를 가장 잘 파악한 사람은 경찰이 아닌 보험사 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이런 보험사들은 자신들이 베껴 쓰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가입 뒤 2년이 지나면 자살 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단순히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한 뒤 은근슬쩍 넘기려 했다. ‘내로남불’이 생각나는 작태다. 이들 보험사가 약관 수정 시 가입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설명을 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자살재해사망 약관의 내용이 적절한 것은 아니다. OECD 통계 자살률 1위인 현재 국내 상황에서 위의 특약 내용이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았다면 ”자살을 장려한다“는 어마어마한 비난이 뒤따랐을 것이다.

다만 이번 자살보험금 관련 문제는 약관 내용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와의 약속을 마음대로 바꾸고 지키지 않는 보험사의 신뢰성 결여를 중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신용·신뢰를 보험사부터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에는 이러한 이유가 일정부분 반영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물론 잘못된 약관에 대해 감독·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금감원도 현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다만 강경한 입장으로 끝까지 보험사들을 압박하고 중징계를 부과해 결국 모든 보험사들이 미지급액을 지급하게 만든 성과는 인정할만하다.

금감원이 이번 선례를 만듦으로서 향후 금융업계도 오늘의 사태를 교훈삼아 보다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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