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뱅킹이 대세?… 고령층 "창구 없애지마" 아우성
스마트 뱅킹이 대세?… 고령층 "창구 없애지마" 아우성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4.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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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의 금융 소비자가 은행을 방문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 거주하는 김정순(79·여)씨는 은행 업무를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마을에 거래 은행(농협)이 없는 탓에 매번 버스를 타고 20분 가량 나들이(?) 길에 나서야 한다. 동네에 있던 우체국은 점포 통폐합 조치에 따라 폐쇄됐고, 호원대학교 전북은행지점은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고 농협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고. 김씨는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본다는데 노인네에게는 사치”라고 토로했다.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개선과 핀테크 사업 강화 일환으로, 점포 통폐합 등 대면 거래를 축소시키면서 고령층이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은행은 이같은 문제점을 의식한 듯 “어른신도 쉽게 사용 가능한 스마트(인터넷+모바일) 뱅킹”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사례처럼 서비스를 접할 환경조차 조성돼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본지가 서울과 광주광역시, 전북 등지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2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뱅킹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불과 4명(20%)만이 스마트 뱅킹을 이용했다.

은행 창구 거래를 선호한 이들은 “절차가 복잡하고,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해서”, “접속 오류 등이 발생하면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스마트 뱅킹을 꺼린다고 답했다.

점포 통폐합에 따른 피해는 서울보다 지역 거주자들에게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김씨 등 설문 참가자 5명은 거주지 은행(우체국 포함)이 통폐합 등의 조치로 폐쇄되면서 버스편 등을 이용해 장거리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아울러 점포 통폐합 조치 후 해당 은행 등으로부터 이용 편의를 위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영자(67·여)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은행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별도 인터넷 뱅캥 신청과 공인인증서 발급, 앱 설치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해 포기했다”면서 “스마트 뱅킹도 편하겠지만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은 은행 직원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전했다.

“어렵다, 어려워”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박진화(69·여)씨도 “스마트폰은 지인들과 전화나 카카오톡을 할 때만 이용한다”며 “그 외에 다른 기능은 뭐가 있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모바일 뱅킹도 있다고만 들었지 한 번도 사용해보려는 생각은 해 본적 없다”고 말했다.

반면 스마트폰 이용은 능숙하지만 보안성을 이유로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윤모(63·남)씨는 “거래처와의 거래에서 거금이 오고가는데 내 입력 실수나 기기의 말썽 등으로 자칫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처리하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창구 거래 수요가 상당하지만 각 은행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이유로 영업점을 줄이는 추세다. 임대료 등의 지출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의 점포수는 2015년 말 4511개에서 지난해 말 4124개로 1년 동안 387개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900개에서 872개로 줄었고, KB국민은행이 1133개에서 1128개로, 우리은행은 956개에서 894개로 각각 줄었다.

더욱이 2015년 8월 외환은행과 통합된 KEB하나은행의 경우 통합 당시 933개였던 영업점 수가 지난해 말 863개로 1년 4개월 동안 70개나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반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254개, 133개로 전년과 동일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각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최근 모든 경제체제가 PC와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거래 역시 마찬가지”라며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소외계층은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외계층이 겪을 수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들을 위한 금융 소비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은행은 물론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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