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케이뱅크…은행권 ‘맞불’카드 만지작
‘태풍의 눈’ 케이뱅크…은행권 ‘맞불’카드 만지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4.17 09: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케이뱅크 가입자가 GS편의점 자동입출금기(ATM)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3일 문을 연 이후 출범 1주일만인 10일 기준 예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목표로 내세웠던 연내 수신고 5000억원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연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내년 초 카드 사업 진출 등을 선언하면서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총 수신금액은 10일 현재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가입자 수도 16만 명에 이른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연말까지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는데 1주일 만에 예금 목표의 5분의 1을 채웠다”며 “그동안 시중은행이 제공하지 않은 서비스로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성공요인”이라 분석했다.

케이뱅크 돌풍의 가장 큰 요인은 편의성으로 풀이된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하고 서류준비나 영업점 방문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에 바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산 것.

또 실물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와 공인인증서를 지니고 있어야 이체를 포함한 모바일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중은행과는 달리, 케이뱅크의 OTP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원돼 실물 OTP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가입 연령대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고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케이뱅크 가입자는 6일 기준 30대가 39.8%, 40대가 30.4%를 점유했다. 가입자 10명 중 7명은 30~40대인 셈이다.

반면 20대 가입자는 16.9%에 불과했고 50대는 10.9%, 60대 이상은 2.0%에 그쳤다. 20대는 비교적 경제력이 약한 점,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모바일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경쟁력 역시 케이뱅크의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예금금리로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두고 금융소비자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뱅크의 주력 대출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은 최저금리가 연 2.73%로 시중은행보다 1~2% 낮다.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금리도 연 10%를 넘지 않을 방침이다. 예금금리 역시 0.3~0.7% 높은 최고 연 2%를 적용해 경쟁력을 갖췄다.

‘맞불’

케이뱅크의 돌풍에 은행권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시중은행들은 케이뱅크 출범에 대응해 편의성과 비대면을 강화한 금융서비스 확대에 나서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편의성을 늘리고 케이뱅크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모바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6일 삼성전자와 제휴한 ’삼성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드나 통장 없이도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출금 거래와 계좌내역 조회가 가능한 서비스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음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뱅킹 서비스를 내놨다. 우리은행 스마트뱅킹 앱에 적용돼 음성명령으로 계좌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등 기능을 지원한다. 향후 계좌 이체 등의 금융거래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케이뱅크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시장의 확장도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주택담보대출의 담보 대상을 다세다·다가구 주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실거래 파악이 쉬운 아파트만 담보로 인정했으나 이번에 이를 확장한 것.

신한은행은 모바일 전용 전·월세대출 상품을 내놨다. 은행 영업점에 갈 필요 없이 신청부터 대출 승인까지 모바일로 가능하다. 계약서 등 관련 서류는 직원이 직접 금융소비자를 찾아가 받는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모바일 전용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해 운영 중에 있다.

우리은행 역시 1월부터 모바일 비대면 아파트대출과 중도금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이 케이뱅크를 상대로 금리나 수수료 등 가격경쟁을 과도하게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주 이용계층이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 소비자로 예상된다. 이에 1~3등급의 높은 신용등급 소비자를 보유한 시중은행이 굳이 가격 경쟁을 벌일 이유는 없다는 해석에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6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에 겁이 덜컥 난다”면서도 “신용등급이 높은(1~3등급) 고객들은 기존대로 은행과 거래하고 그 아래 4~6등급 고객이 저축은행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리 경쟁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상’

저축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주 소비자(중·저신용자)가 케이뱅크와 겹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최근 호황을 누려왔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은행 대출 심사를 넘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대거 저축은행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19조2497억원이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2976억원, 11월 3576억원, 12월 4378억원, 올해 1월 4607억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케이뱅크의 출범으로 저축은행 이용자의 상당수가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 대출심사의 벽을 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던 금융소비자들에게 케이뱅크의 등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면서 향후 중·저신용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가격경쟁으로 케이뱅크에게 맞설 계획이다.

SBI저축은행은 주력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보다 최저금리를 1%포인트 낮춘 연 5.9%의 금융상품을 내놨다.

웰컴저축은행은 최저 연 5.99% 금리의 사업자용 모바일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이 이뤄진다. 365일 24시간 어디서든 신청과 입금을 가능토록 해 케이뱅크와 경쟁한다.

한편 카드사들이 케이뱅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내년 카드사업 진출을 공헌했기 때문.

현재 카드업계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카드 영업과 카드론만으로는 수익성 증대에 어려움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은 과열 경쟁을 야기해 제 2의 ’카드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밝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금융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금융 소외계층에게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시중은행 등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돼 금융시장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 된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