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신중하게 생각해야
[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신중하게 생각해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4.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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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의 돌풍이 거세다. 출범 보름 만에 가입자 수 20만명을 넘었고 수신액 2300억원, 여신액 1300억원을 돌파하며 호성적을 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3일 출범 당시 올해 연말까지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15일 만에 수신 목표액의 46%, 여신 32.5%의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출범 전부터 금융시장의 판을 뒤엎을 ‘메기’로써의 기대를 받아왔다.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나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메기효과’ 이야기다. 연일 호실적으로 기존 은행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메기의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이 메기의 미래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영업점 없이 인터넷만으로 운영되는 케이뱅크가 과연 태생적 한계와 각종 규제를 이겨내고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조치다.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만 제한된다.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인 것.

케이뱅크 역시 은산분리의 적용을 피할 수는 없다.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해온 기업은 KT(8%)지만 대주주인 우리은행(10%)에 밀려 2위 주주 자리인 점도 이런 까닭이다.

케이뱅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주주의 증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증자가 이뤄질 경우 KT는 지분율과 의결권이 10%와 4%로 묶이는데 비해 우리은행에는 제한이 없어 사실상 우리은행의 자회사가 될 공산이 크다. 사업을 주도해온 KT로선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도 34%~50%의 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문제는 신증하게 접근해야 한다. 왜 은산분리 규제로 산업자본을 막고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지 우선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은산분리의 가장 큰 목적은 은행이 대기업에 잠식당해 사(私)금고화 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만약 은산분리 규제가 없다면 은행을 보유한 주주기업이 경영난을 겪을 때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자금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상호저축은행의 대규모 파산 사태는 대주주가 상호저축은행을 사금고화해서 운영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된 사건이다. 2013년 동양증권 사태도 당시 동양증권이 동양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조3032억원 중 9942억원이 지급불능 처리돼 개인투자자 4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규제 완화 찬성 측에서는 감시·감독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라는 대목에도 문제가 있다. 케이뱅크는 1992년 이후 25년 만에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얻어 새로 출범한 은행이다. 즉 모양새와 형태만 다를 뿐 취급과 대우에 있어서는 명백한 제1금융권의 대접을 받는 것.

이런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는 정유라의 이대 입학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들의 군복무 논란 등 특혜와 관련해 홍역을 치룬 기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주어진 특혜와 같은 모양새를 과연 국민과 금융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쟁자인 시중은행이 과연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은산분리 완화에 협조적일지도 문제다. 자신들도 동참하려고 하거나, 앞다퉈 다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등 그동안 금융권을 유지해온 틀을 무너트리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출발부터가 잘못됐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한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뱅크를 인가했고 결국 반쪽짜리로 출발해 뒤늦은 논란을 또 낳게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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