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옛말…스마트금융 후폭풍, “2천명 짐쌌다”
‘신의 직장’ 옛말…스마트금융 후폭풍, “2천명 짐쌌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4.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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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 창구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며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던 은행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 즉 스마트금융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한 해 동안 2000명 가까운 은행원들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더욱이 은행별로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일선 점포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은행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전직 지원 프로그램’ 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은행원들의 목소리가 점증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개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제일·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7만671명으로 전년(7만2669명) 대비 1998명 줄었다. 1년 사이 2000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4511개에서 4124개로 1년 동안 387개의 지점이 사라졌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EB하나은행은 2015년 말 15031명에서 지난해 말 13887명으로 7.6%(1144명)가 줄었다. 전체 퇴직자 가운데 57.2%가 하나은행 출신이다.

KB국민은행은 2만346명에서 1만9941명으로, 신한은행은 1만4183명에서 1만4146명, 우리은행 1만5289명에서 1만4988명으로 각각 줄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역시 각각 4233명에서 4152명, 3587명에서 3557명으로 구조조정됐다.

문제는 구조조정 작업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2795명의 신청을 받았다.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 한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31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들은 다음 달 중으로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매년 상반기마다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는 신한은행 역시 지난 1월 280명의 직원이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씨티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은 아니지만 국내 영업점의 80%를 통폐합 하겠다고 선언해 향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문 폐쇄

은행의 신규 채용도 사실상 중단됐다. 영업점 축소와 희망 퇴직 시행 등 몸집을 줄이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새로운 직원을 뽑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에도 신한은행만 상·하반기 공채를 실시했을 뿐, 나머지 은행은 하반기 채용을 실시했다.

칼바람이 불면서 은행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언제 구조조정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인력 수요 감소가 가장 먼저 예상되는 창구 직원의 입장은 더하다.

전북 전주시 소재 A은행 창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29·여)씨는 “스마트 뱅킹이 대중화 되면서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체감된다. 전에는 4~50대 고객들도 창구를 많이 이용했으나 요즘은 60대 이상 고객이 대부분이다”며 “‘이러다 우리 일 없어지는 것 아니야?’라며 동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아무도 이게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동료들 중에는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도 있다”고 불안해했다.

은행들은 점포와 인력 감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을 코앞에 둔 현재 달라진 금융 시장의 환경에 적응하고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희망퇴직자들에 대해서는 새 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직지원제도는 희망퇴직자에게 전직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5개월 간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의 희망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패키지’를 마련해 관리전담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리전담직은 시간제 계약직으로 영업점에서 일일거래를 점검하는 일을 맡는다. 계약기간은 퇴직 시 잔여 정년의 2/3이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작자들의 자산관리를 비롯해 세무, 부동산, 법률과 창업컨설팅을 지원하는 세미나를 지난 2월 개최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은행들의 비대면 플랫폼 강화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영업점과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지만 점포와 직원의 역할이 아직 큰 만큼 온·오프라인 둘 다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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