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박효영 기자 = 삼성과 LG전자(이하 삼성, LG)는 대표적 가전 ‘명가’다. 양사 모두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화두지만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48년간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것이 사실.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은 그동안 숱한 기록과 화제를 낳았다. 또 지나친 경쟁 심리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라이벌의 존재는 두 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삼성과 LG 모두 세계시장에서 주요 가전 부문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욱이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삼성과 LG가 라이벌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학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이 조금은 엇갈렸다. 학계는 LG가 포기한 반도체부문을 거론하며 ‘국내 가전부문’에 국한된 라이벌 관계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소비자들은 삼성과 LG로 양분되는 국내 가전시장의 생태계를 고려할 때 라이벌이라는 입장이다.
삼성과 LG의 라이벌 구도를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면 내용이 달라진다. 삼성이 멀찌감치 앞섰고, LG가 힘겹게 쫓는 양상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양사가 제출한 최근 3년간(2014~2016)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의 2014년 매출은 200조6534억원, LG는 29조5563억원으로 삼성과 무려 7배 가까이 격차가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6조4134억원 vs 3013억원으로 8배가 넘었다.
2015년과 2016년 역시 마찬가지. 삼성의 같은 기간 매출은 각각 201조8667억원, 202조원이었던 반면 LG는 28조3684억원, 28조743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부문을 보면 LG는 2년간 통곡의 계곡을 건넜다. 삼성이 28조3684억원, 28조74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수하는 동안 LG는 영업손실 175억원과 2904억원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1분기 역시 삼성은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LG는 9215억원을 달성하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직원수와 평균 연봉 역시 LG가 열세다. 삼성의 직원수는 9만3200명(2016년말 기준), LG는 3만7909명이다. 삼성 직원들은 평균 1억700만원을 수령한 반면 LG 직원들은 7500만원에 그쳤다. 3000만원 이상의 차이다. 임원 평균 임금 역시 22억300만원 vs 11억5700만원이다.
‘삼성웨이’의 저자 이경묵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삼성과 LG의 라이벌 관계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반도체는 소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인식이 심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사의 라이벌 관계는 단점이 없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방대전
삼성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국내 가전시장으로 시각을 좁히면 양사의 치열한 각축전이다. 오히려 LG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IHS처럼 공신력을 확보한 발표 자료가 없다. 삼성과 LG 모두 판매량과 관련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성인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현재 쓰고 있는 4대(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가전 및 휴대폰 브랜드에 대한 설문 조사(17~19일)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TV는 LG 19명(38%), 삼성 16명(32%), 기타 15명(30%)이었으며 에어컨 역시 LG가 21명(42%)으로 삼성(15명/30%)을 앞섰다. 기타는 14명(28%)이다.
세탁기도 LG가 삼성보다 우세했다. 각각 25명(50%), 16명(32%)이었으며 기타가 9명(18%)을 차지했다. 냉장고는 박빙이다. 삼성이 20명(40%), LG가 21명(42%). 기타는 9명(18%)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은 삼성의 압승이다. 설문 참가자 중 21명(42%)이 삼성의 제품을, LG는 8명(16%)에 불과했다. 기타는 21명(42%)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김태훈(40‧남/서울 중랑구 면목동 거주)씨는 “현재 LG제품을 쓰고 있다. 잔고장이 없고, 확실히 성능이 뛰어나다”면서 “휴대폰은 모르겠지만 가전부문에서는 LG가 삼성의 라이벌로서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과 LG 모두 라이벌 관계에 대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답변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ezyeconomy.com